하나뿐인 목숨인데…/툭하면 죽고… 툭하면 죽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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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포장마차 옆손님이 핀잔주자 흉기 찔러/“아내에 도욱 누명씌웠다” 이웃여인 살해/교통사고 낸뒤 치료비 마련못하자 음독/종말론에 빠진 아내 비관하고 남편자살
정치·사회의 어수선한 틈을 타 종말론이 판치고 있는 가운데 사람의 생명이 너무도 가볍게 희생되고 있다.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던 취객이 농담에 불과한 말 한마디로 격분,옆자리 손님을 흉기로 찔러 중태에 빠뜨리는가 하면 부인이 종말론에 심취한 것을 비관한 30대 가장이 음독자살하는 등 어이없는 살상·자살이 잇따르고 있다.
28일 오후 8시10분쯤 전남 장성군 북일면 성덕리 김종록씨(36) 집 대문앞에서 집주인 김씨가 이웃에 사는 김경자씨(40·여)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다.
김씨는 이날 오후 7시30분쯤 부인 설경자씨(37)가 뒷산에서 농약을 마시고 의식을 잃은채 발견되자 『이는 김경자씨가 내 아내가 고추를 훔쳐갔다는 소문을 낸 때문』이라며 이같은 일을 저질렀다.
경찰은 김씨에 대해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이날 오전 2시40분쯤 전남 여천시 학동 거북공원옆 포장마차에서 30대 초반의 남자손님이 『남자가 담뱃불도 가지고 다니지 않느냐』는 핀잔을 듣고 옆에서 술을 마시고 있던 장준곤씨(29·회사원·여천시 신기동)의 옆구리를 흉기로 찔러 중상을 입힌뒤 달아났다.
장씨에 따르면 이날 회사직원 2명과 함께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던중 범인이 여자 1명과 술을 마시고 있어 담뱃불을 빌리기 위해 이같은 말을 하자 자신을 찌르고 달아났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오후 3시20분쯤엔 전북 부안군 부안읍 옹중리 석동마을앞 야산에서 이 마을 민선학씨(26)가 교통사고를 낸 뒤 피해를 본 친구 등의 병원 치료비를 마련하지 못한 것을 비관,극약을 마시고 숨져있는 것을 이웃에 사는 김계춘씨(63)가 발견했다.
김씨에 따르면 논일을 하고 있는데 민씨의 어머니 윤모씨(61)가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산속으로 뛰어가 뒤따라가보니 민씨가 소나무옆에 숨져 있었고 옆에 빈 농약병 1개가 놓여 있었다는 것이다.
민씨의 바지주머니에서는 「부모님께 죄송하고 친구들이 원망스럽다. 치료비를 혼자 감당하기 어려워 세상을 뜬다」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됐다.
경찰조사결과 민씨는 25일 자정쯤 봉고차에 이모씨(26·상업) 등 남자친구 2명·가정주부 2명 등 모두 4명을 태우고 변산해수욕장으로 놀러갔다오다 부안군 변산면 대항리 앞길에서 운전부주의로 길옆 전봇대를 들이받는 사고를 내 4명이 중경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하자 치료비 4백만원을 마련하지 못해 고민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앞서 지난달 10일 오전 10시40분쯤 전북 완주군 봉동읍 구암리 산속에서 송병윤씨(35·상업·전주시 완산동1가)가 부인 김모씨(29)가 종말론에 빠져 가정을 돌보지 않는 것을 비관,극약을 마시고 자살했다.
부인 김씨에 따르면 이날 남편이 교회를 다니지 못하게해 부부싸움을 심하게 한뒤 남편이 오전 9시쯤 부모산소에 다녀온다며 집을 나간채 소식이 없어 산소로 찾아가보니 송씨가 산소앞에 숨져 있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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