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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킬라도라 지대(NAFTA 이후의 멕시코:3)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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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주 「수출 전진기지」로 각광/미 접경 1백㎞내 보세구역 설정/현지 한국부품사 진출 서둘러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시와 접하고 있는 멕시코의 서북단 국경도시 티후아나는 오전 6시부터 술렁거리기 시작한다.
6만여명의 공장근로자들이 7백여개에 달하는 외국기업의 조립공장으로 일하러 가면서 출근전쟁을 벌이는 것이다.
대부분 판자집 같은 숙소에서 여러명이 합숙하며 공장일을 하는 이들의 모습은 20여년전 한국의 공단들을 연상시킨다. 티후아나시 근로자들의 활기찬 모습은 미국과 접하고 있는 3천㎞의 국경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미국과의 접경지대가 이처럼 바뀌게 된 것은 멕시코정부가 83년부터 「마킬라도라 프로그램」으로 불리는 보세가공 지역을 국경도시에 설정했기 때문이다.
국경에서 1백㎞안을 보세지역으로 정해 공장설립의 자유와 반출·입 되는 모든 설비·부품·완제품에 관세와 세금(법인세 포함)을 면제해 준다는 것이 마킬라도라의 골자다.
이는 고용이 급한 멕시코정부의 선택이었다. 이곳에 진출한 외국기업중 조립공장 수는 87년 1천개를 넘어 91년말 현재 2천13개에 달하고 있다.
멕시코 상공부 집계에 따르면 이들 업체에 고용된 인력은 80년 12만명에서 지난해말 현재 49만명(멕시코 제조업 총 고용의 약50%)으로 늘었고 내년말엔 진출업체가 2천1백20개,고용인원도 57만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마킬라도라지대가 멕시코 최대의 고용시장이 된 셈이다.
이 지역 공장 근로자들은 원주민이 아니고 대개 남부에서 일자리를 찾아 온 16세에서 30세까지의 청소년들이다. 이곳에서 창출되는 총생산은 91년 1백80억달러에서 92년엔 약2백억달러가 될 전망이다.
이는 멕시코 국민총생산(91년 2천5백60억달러)의 8% 정도를 차지하는 규모다.
마킬라도라지역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로 더욱 번성할 것이라는게 미국의 미·멕시코 경제전문연구기관인 CIEMEX­WEFA의 분석이다.
NAFTA가 발효되면 마킬라도라 계획은 미국의 요구에 따라 6년간 더 존속하게 되며 그 후엔 각종 세금혜택이 없어진다. NAFTA가 논의되기 전인 88년 이곳 티후아나에 TV 조립공장을 세운 삼성전자 멕시코공장(SAMEX) 최진배대표는 『마킬라도라 프로그램 혜택이 없어진 후에도 이 지역의 생산기지로서의 이점은 줄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마킬라도라지역엔 삼성전자(종업원 3백68명)를 비롯해 금성사(88년·3백10명),대우전자(90년·1백80명) 등 가전3사와 현대정공(90년·9백10명) 등이 진출해 있다.
가전3사는 이곳에서 TV를 생산해 주로 미국시장에 팔고 있고 현대정공은 컨테이너와 컨테이너제작용 새시를 생산하고 있다.
한국기업 진출수는 미국·일본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지만 무역장벽 극복과 경쟁력 회복이란 측면에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대우전자 현지공장 델멕스(DELMEX) 강탁명대표는 말한다.
NAFTA 타결후 한국 가전3사가 안게된 고민은 무관세 규정을 충족시키기 위한 TV브라운관 조달문제다.
원가의 45%를 차지하는 TV브라운관은 대형을 제외하고 한국산을 쓰고있으나 앞으로 1년6개월 후엔 북미산을 써야 한다. 금성사 현지공장 대표인 노도용부장은 『가전3사가 합작진출 하거나 어느 한 회사라도 브라운관을 생산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고 말하고 있다.
전자뿐 아니라 다른 부품산업의 진출도 유망하다는 것이 이곳 정부관리나 한국 진출기업 대표들의 분석이다.
NAFTA에서는 많은 공산품에 북미산 부품사용을 무관세 조건으로 하고 있는데 멕시코 전체가 부품산업이 낙후되어 있어 앞으로 늘어날 외국진출 기업들의 부품 현지조달이 급증할 것이기 때문이다.
멕시코 경제 기적의 원천이 되고 있는 마킬라도라는 NAFTA 체결에 따른 한국기업들의 진출을 재촉하고 있다.<티후아나(멕시코)=박준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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