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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 개발 홍수, 집값 안정세 굳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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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신도시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수도권에서만 분당ㆍ일산 등 5대 신도시(1기)에 이어 10여 년 만에 건설된 동탄을 비롯, 10여 개 신도시가 개발ㆍ추진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이처럼 많은 신도시를 개발하는 것은 ▶집값 안정을 위해선 투기적 수요 차단뿐 아니라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는 쪽으로 생각을 바꾸고 ▶김영삼 정부와 외환위기 시절 문제가 됐던 준농림지 마구잡이 개발을 ‘선(先)계획 후(後)개발’로 전환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품질 좋은 주택을 대량 공급함으로써 주택시장의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 들어 신도시는 집값을 잡기는커녕 들쑤시는 불쏘시개로 작용했던 게 사실이다. 판교 신도시의 고(高)분양가 예상은 분당ㆍ용인ㆍ강남의 집값을 끌어올렸고(판교 효과), 지난해 검단 신도시 발표는 비(非)강남권의 집값에 불을 붙였다.
정부와 경기도는 6월 이른바 ‘분당급 신도시’와 ‘명품 신도시’를 발표할 예정이다. 신도시 발표가 이번에도 상승 열기가 식은 부동산시장을 뒤흔들 기폭제가 될지, 아니면 정부 의도대로 집값 상승 흐름을 묶어둘 쐐기가 될지 관심사다.

■신도시 홍수 시대=현재 개발되고 있거나 추진되는 신도시는 동탄ㆍ판교ㆍ김포ㆍ파주ㆍ광교(이의)ㆍ송파ㆍ평택ㆍ양주(옥정) 등이다. 200만 평 이하의 소규모 신도시로는 별내ㆍ삼송ㆍ은평뉴타운ㆍ안성뉴타운이 개발되고 있다. 여기에 시화호 간석지(남측 1720만 평)를 골프장ㆍ레저단지ㆍ주거단지 등으로 개발하는 방안이 환경단체 등의 참여 속에 마련되고 있다. 정부는 분당급 신도시를 1개, 경기도는 500만~1000만 평 규모의 신도시를 4~5개 개발하겠다고 밝혀 수도권 신도시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수도권과 가까운 충남 아산과 대전에서도 대규모 신도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노무현 정부가 추진한 행정도시(2205만 평)를 비롯, 전국에서 혁신도시ㆍ기업도시라는 이름 아래 신도시가 개발되고 있다.

■지정 소문에 춤추는 부동산=전문가들은 “올 들어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집값이 6, 9, 12월에 반등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중앙sunday 4월 15일자 23면> 이 중 6월 반등 시나리오는 분당급 신도시 발표가 공급 확대에 따른 심리적 안정 효과를 가져오기보다 기존 주택의 미래가치를 돋보이게 해 급등 장을 초래하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예상대로 수도권 부동산 시장은 최근 분당급 신도시 발표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다시 술렁이고 있다. 후보지로 거론되는 곳마다 호가가 뛰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가 “신도시는 하나가 아니라 둘이 될 것”이라고 밝히면서 빈 땅이 많은 하남ㆍ광주ㆍ용인ㆍ동탄ㆍ일산ㆍ오산 등지의 기대는 더욱 커졌다. 경기도가 추가 개발을 예고해 이번에 제외되더라도 개발 기대가 쉽사리 꺾이지 않을 전망이다.

명품 신도시 후보지로 알려진 경기도 고양시 구산동 일대 땅값(답 기준)은 지난해 말 40만원 선에서 최근 65만원 안팎으로 급등했다. 현지에서는 “경기도 고위층이 헬기를 타고 후보지를 시찰했다” “정보를 먼저 안 공무원들이 위장 이혼까지 하며 수십억원대 땅을 사들였다”는 등 진위를 확인하기 어려운 소문이 ‘묻지마 투자’를 부추기고 있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4월 경기도 땅값 상승률은 1.36%로 비교적 안정됐으나 광주ㆍ양주ㆍ화성ㆍ하남과 용인시 처인구 등은 2%대 상승률을 기록하며 불안한 양상이다. 후보지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어 시ㆍ군ㆍ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도 거래가 활발하다. 후보지 지주들은 “데모 한번 할 때마다 보상비가 평당 5만원, 10만원씩 올라간다더라”며 ‘보상 싸움’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오른 땅값은 고스란히 신도시 분양가에 전가된다. 싼값에 집을 지어 수요자에게 공급하겠다는 분양가 상한제도 빛을 보기 어렵게 된다. 분당급 신도시 분양가가 높아지면 공급 확대로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 의도도 빗나간다. 토지 보상 기준이 되는 지구 지정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감안하면 주변 부동산 가격을 자극하는 보상비는 더 불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신도시 개발이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므로 궁극적으로 집값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들이 자주 인용하는 것이 5대 신도시 건설 이후의 집값 흐름이다.

5대 신도시의 경우 발표 때보다 입주 때 가격 안정 효과가 컸다. 1989년 4월 1기 신도시 개발계획이 발표되고 그해 11월 분당 시범단지 분양이 시작됐지만 서울지역 집값은 계속 올랐다. 입주가 시작되기 전인 91년 전국 집값은 사상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하지만 신도시 입주 물량이 쏟아지면서 서울 집값지수는 91년 말 75.8에서 93년 9월 69.9로 떨어졌고 96년 8월까지 3년 동안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인기 이어질까=5대 신도시 건설은 서울 인구 분산에 기여했다. 국토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분당 신도시는 주민의 68%, 일산은 63%가 서울에서 이주했다. 수도권 신도시 개발에 따라 서울지역 무주택자들이나 주거환경이 좋지 않은 주택에 살고 있던 사람들이 대거 이주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도 신도시 개발이 중장기적으로 시장 안정에 기여한다는 데 동의한다. 우리은행 안명숙 부동산팀장은 “지금 당장은 개발 기대감에 따른 땅값과 주변 집값의 상승이 우려되지만 2009년부터 판교를 비롯한 신도시 입주가 순차적으로 이뤄지면 수도권 집값은 안정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114 김희선 전무는 “서울 강남에서 먼 동탄 동쪽 등이 분당급 신도시로 지정될 경우 분양가가 낮아 판교와 같은 집값 밀어 올리기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2기 신도시는 강남ㆍ목동 등 기성 신시가지, 분당ㆍ일산 등 기존 신도시와 함께 인기 주거지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신도시의 자족기능 부족, 신도시~서울 간 교통난 등으로 서울 도심이 부각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으나 당장은 신도시 인기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세중코리아 김학권 대표는 “수도권은 자기 집 보유율이 50% 정도에 불과하므로 앞으로 투자성ㆍ거주성이 좋은 신도시에 대한 수요는 지속될 것”이라며 “정부가 중대형 평형을 집중 배치한 대규모 고급 주택단지를 만든다면 동탄ㆍ일산 등은 얼마든지 강남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좋은 지역”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도시가 속속 등장하면 거주여건이 좋지 않은 서울 도심의 노후 불량주택 지역을 비롯해 수도권 일대의 소규모 공동주택, 나홀로 단지, 소규모 택지개발지구 등에는 재정비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김선웅 도시계획부장은 “주택을 소유할 능력이 있는 사람이나 주택을 확장하고 싶은 서울 사람들이 신도시로 빠져나가므로 이러한 계층이 소유한 서울 지역의 주택들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허귀식 기자 [ksli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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