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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수 기자의 정보공개제도 체험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1호 06면

기자는 미국탐사보도기자협회(IREㆍ미주리 컬럼비아대 소재)에서 연구원(2004~2005년)을 지냈다. 당시 IRE 스태프와 공동 연구한 것이 미국의 정보공개제도(FOIA)다.
연구 주제와 과정은 이렇다. 미국 연방조달청이 매년 자국을 포함한 전 세계 기업들과 한 계약 데이터베이스를 입수해 분석→미국 정부와 한국 기업의 계약 내용(계약 회사, 발주처, 발주기관, 담당자 연락처, 업무 내용 등) 파악→계약발주 정부 부처에 정보공개 신청→계약서 사본 입수→추가 취재.

당시 계약 발주자는 미8군을 포함한 육군과 공군 등 국방부 산하 기관이 대부분이었다. 계약서를 받고 거기에 명시된 세부 용역보고서 등을 추가 신청했다. 국방부와 줄다리기하긴 하지만 심층적인 정보 입수가 가능했다.

그중 하나가 경기도 동두천에 있는 미군 기지인 캠프 호비(Hovey)의 토양 오염에 대한 미군 환경평가 보고서(Direct Response & Assessment. S-3820 Area, Cp. Hovey)였다.

비용을 한 푼도 내지 않았는데 약 600쪽의 보고서가 기자의 IRE 사무실 우편함으로 우송됐다. 미군 기지의 지하수와 토양 오염 상태ㆍ원인 등 환경영향평가 내용이 자세히 담겨 있었다.

이뿐만 아니다. 국내 한 국책연구소가 북한의 핵실험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실험을 미 국무부의 돈을 받아 해온 사실도 국방부 정보공개를 통해 파악할 수 있었다. 상세한 계약 내용과 함께.

1년6개월의 IRE 연구원 기간 중 미 국방부 등에 50여 건의 정보공개를 신청했다. 그중에는 대테러 특수부대에 관한 것도 있었다.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몇 차례 추가 청구를 통해 계약서와 세부 내역까지 입수할 수 있었다. 물론 미국 공무원들과의 까다로운 협상은 필연적이었다. 하지만 ‘국가기밀’이라며 거부당한 경험은 없었다.
그런데도 미국 탐사전문기자들은 9ㆍ11 테러 이후 정보 입수가 어려워졌다고 한탄한다. 외국 기자의 눈에는 부러울 뿐이었다.

귀국 이후 부산일보 탐사보도팀에 복귀해 한국의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등에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시스템은 미국보다 훨씬 편리했다. 청구 때마다 공무원들이 ‘실적에 문제가 생기니 청구를 취하해 달라’거나 ‘관련 정보가 없다’고 하기 일쑤였다.
언론자유란 무엇일까. 무엇이든 쓸 수 있는 자유일 것이다. 그에 앞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자유가 먼저이지 않을까? 배는 아프지만, 가끔 미국 기자들의 정보공개 등 취재환경이 부러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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