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껏 놀고 맘껏 배우고 입시지옥 없는 교육 현장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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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호 02면

세상에 교육제도만큼 불신받는 게 없을 게다. 직장 동료나 친구와 자녀 교육 얘기를 나누다 보면 그 불신의 강도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불신을 넘어 좌절에 빠진다. 옛날에는 벼락치기라는 말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 말이 없다. 1년 365일 공부해도 모자라니 말이다.

지난 주말에 중학교 1학년인 아들과 친구 2명을 데리고 미술관 숙제를 갔다. “뭘 가장 하고 싶으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은 “놀고 싶다”였다. 초등학교 때만 해도 수업이 끝나면 운동장에서 뛰놀 여유가 있었는데 요즘은 학교가 끝나기 무섭게 학원으로 간다고 한다. 필자의 아들도 마찬가지다. 학교가 늦게 끝나는 날은 저녁 먹을 시간도 없다. 어떤 때는 토요일ㆍ일요일에도 학원을 간다. 24~26일 학교는 쉬었지만 학원은 그렇지 않았다.

그들은 자유를 누릴 권리도 없고 방종에 빠질 틈도 없다. 이런 넋두리가 필자에게만 해당하는 게 아닐 것이다. 그런 아이를 방관해야 하는 부모의 심정이란….
탈출구는 어디인가. 해외 조기 유학을 생각해 보기도 하지만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 다음 대안은 대안학교다. 애들에게 가해지는 입시 압박이 강하면 강할수록 대안학교의 매력은 더 커진다.

이런 열망을 업고 대안학교가 열 살을 넘었고 100개가 넘었다. 여기에는 학부모들의 헌신이 녹아 있고 교사들의 피와 땀이 배어 있다. 살림살이와 박봉을 쪼개 학교 운영비를 대는 학부모와 교사들의 노력이 없다면 벌써 문 닫은 데가 많을 것이다.
공교육은 중학교까지 이미 의무교육이 돼 있는데 인가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정부가 한 푼도 지원하지 않는 아이로니컬한 현상이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

이번 스페셜 리포트는 그런 대안학교 얘기를 담았다. 두 달간 전국 대안학교를 훑었다. 도시가 싫어 TV도 없는 산골 자연 속의 학교로 들어간 아이, 도시 학교에서 잘 적응하지 못한 소위 ‘문제아’가 거듭나는 학교, 삽과 괭이질을 하는 도시 출신 아이들, 재활용품으로 만든 악기를 미친 듯이 두드리는 학생들. 이런 모습이 지극히 정상적인 것인데, 어찌 된 일인지 오히려 특이하게 비친다. 그들에게는 학원을 맴도는 애들한테는 없는, 진정한 자아가 있었다. 대안학교는 모든 가능성을 잉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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