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국 여성 절반이 기생충 성향이라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세계 어디에나 기생충 같은 여자들은 있게 마련입니다만 제가 보기에는 한국 여성의 50%가 남자에게 빈대붙어서 술.밥이나 얻어먹고 영화나 보자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미국 사회에서도 블라인드 데이트나 연인 사이에서 남자가 돈 내는 걸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 모르셨나요? 그것이 옳다고 얘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남자친구와 함께 놀러 나갈 때, 남자친구 지갑에 돈 살짝 넣어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제 주변의 많은 친구들이 남자가 1차에서 돈을 내면 2차에서는 여자가 내고 그런 식으로 잘하거든요. 물론 님이 말씀하신 대로 남자가 모든 비용을 다 대야 한다고 생각하는 여자들, 분명 있습니다. 반면 여자 등쳐먹는 남자들도 있죠. 모르셨나요?"

군대.생리휴가.군가산점제도.페미니스트.외국인과의 교제….

한국의 남성과 여성을 둘러싸고 끊이지 않는 논쟁을 만들어내고 있는 대표적 주제를 놓고 네티즌이 갑론을박하고 있다.

토론의 장은 조인스닷컴의 네티즌 광장. 20여명의 네티즌이 여러 게시물을 통해 남성과 여성의 같은 점과 다른 점, 또 서로를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논쟁하고 있다.

처음 글을 올린 것은 '유학파'라는 ID를 사용한 네티즌이다.

그는 자신을 외국생활을 많이 했고 영국 여성과 3년간 교제 중인 학생이라고 소개한 다음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한국 여성에 대해 적어내려 갔다.

그는 "한국에 와서 한국 여자들의 이기적.이중적 행태에 적잖은 충격을 받아 이런 글을 올린다"며 "한국 여자들은 정작 본인들은 155 ̄165㎝ 정도이면서 왜 이렇게 키 큰 남자만 선호하는지 참 이해할 수가 없다" "한국 여자들 자기들 유리할 때는 남녀평등 부르짖으면서 정작 이럴(불리할) 때는 '레이디 퍼스트 주의'로 행동하는 이유가 뭐냐"는 등의 내용의 글을 썼다.

그는 또 "여성들은 군대와 출산을 동일시하는데 출산은 궁극적으로 자기 자신을 위해서 하는 것이고 군대는 가기 싫어도 가는 것이다. 그토록 남녀평등 부르짖는 사람들이라면 자기들 스스로 국방의 의무를 짊어지고 난 후에 권리를 요구할 수는 없나?" "한국 여자들은 기업에 요구하는 게 너무 많습니다. 아마 어떤 기업이라도 생리 휴가, 여성 할당제, 출산휴가(유급 3개월) 같은 것들을 모두 들어주다가는 경쟁력을 잃고 파산하고 말 것이다" "한국 페미니스트는 절대적 평등을 주장하며 의무를 내팽개치고 권리만 주장한다. 의무도 이행하지 않겠다는 사람에게 권리를 줄 아둔한 사람은 없다" "한국 여성은 정작 본인이 백인 남성과 사귀는 것은 로맨스이고 한국 남성이 백인 여성과 사귀는 것은 매춘을 기반으로 한 지저분한 관계라는 식으로 덮어버리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글을 본 네티즌들은 두 부류로 나뉘어 논쟁 중이다.

"속이 다 시원하다" "우리나라 여자들은 왜 이럴까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을 그대로 써줬습니다"라는 등 글쓴이의 의견에 적극적인 찬성을 보내는 네티즌이 있는 반면 "동의하는 부분도 있지만 정말 동의할 수 없는 부분도 많다" "당신 같은 사람들이 무책임하게 던지는 말들이 얼마나 엄한 사람들에게 상처 주는지 모르나 부분만 보고 전체를 꿰뚫은 듯 호도하는 당신 같은 사람이 제일 싫다"는 등의 반대 의견을 가진 네티즌도 많았다.

특히 한 네티즌(ID '국내파')는 장문의 글을 통해 글쓴이의 의견에 반박하고 있다.

이 네티즌은 "당신이 말하고 있는 기생충 성향, 과연 장님이 코끼리 다리 만지듯 얻어진 결론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해보셨습니까? 당신은 외국 여성과 교제를 하면서 외국 남성과 교제를 하는 여성은 다 싸구려로 보입니까? 그런 생각은 도대체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인지"라며 글쓴이의 글에 조목 조목 맞섰다.

그는 "출산은 과연 여성만이 원해서 이루어지는 일일까?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은 여전히 출산으로 인해 고통받는 여성들이 많다는 것이다" "생리 휴가는 무급이기 때문에 사용자들이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제 주변에는 외국인 남자와 결혼해서 행복하게 잘 사는 여자들도 많다. 당신과 같은 시선이 오늘날 혼혈인을 소수자로 만들었다" "저 역시 업무를 할 때 헤드로 여러 번 일했다. 여자들도 있었고 남자들도 있었다. 당신이 말한 이기적인 여자들도 있었고 정말 열심히 일했던 여자들도 있었다. 남자라는 타이틀만 믿고 나대던 멍청한 남자들도 있었고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일한 남자들도 있었다. 당신의 편협함이 모든 여성을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지는 않았는지 궁금하다" "당신이 영국 여성과 만나는 것은 로맨스이고 한국 여자가 외국 남자와 만나는 것은 지저분한 관계인가? 제발 아전인수식 사고방식에서 좀 벗어나라"는 내용의 글을 썼다.

23일 처음 글이 올라온 이후 25일 현재까지 이 논쟁과 관련된 글들은 총 1만6000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또 다른 논쟁을 낳고 있다.

네티즌들은 이번 논쟁에 대해 "남성과 여성이 다르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인정해야 한다"며 "다른 존재가 함께 어울려 사회를 구성하고 일궈나가기 위해서 어떤 이해와 타협, 그리고 평등이 있어야 할지 고민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평가하고 있다.

김윤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