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종도공항 늦추면 손해”/한중수교로 요충지 부상/국제세미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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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위치·수용능력 등 일·홍콩보다 유리/“때 놓치면 선점당한다” 전문가 우려
한국과 중국수교로 아시아지역 중추공항(Hub)으로서 영종도신공항의 역할전망이 한층 밝아진 가운데 개항시기가 경쟁국인 일본·홍콩보다 늦어 중심공항 역할을 선점당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영종도공항은 지리적 위치나 수용능력 등 모든 면에서 95년에 개항하는 일본의 신관서공항 97년 개항예정인 홍콩의 첵랩콕공항보다 절대우위에 있으나 개항시기가 98년으로 예정돼 있어 3조4천억원의 막대한 재원을 투자하고도 자칫 들러리공항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향후 영종도신공항은 ▲유럽에서 아시아로 연결되는 몽고영공통과 직항로와 남쪽 실크로드노선 ▲북미에서 아시아로 오는 북태평양노선과 북극횡단노선을 둘러싸고 일본·홍콩 등 다른 아시아지역 공항들과 경쟁을 벌이게 될 전망.
그러나 영종도신공항은 1차 완공으로 연간 17만회의 항공기이착륙과 2천7백만명의 여객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지만 재원조달이 원할치 못할 경우 대규모 공사를 벌여놓고도 경쟁에서 뒤처지게 된다는 것이다. 더욱이 2020년 최종공사가 완료되는 시점에서 일본과 홍콩의 신공항에 비해 규모면에서의 절대적 우위만으로는 아시아의 중추공항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현재 항공전문가들은 일본의 신관서공항이 95년 제일 먼저 개항해 영종도신공항과 홍콩의 첵랩콕신공항에 비해 동북아시아지역의 중추공항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95년 완공되는 신관서공항이 수심 20m를 매립하는 공사의 난점가 규모의 협소,일본내 항공수요증가에 따라 90년대말에는 수용능력이 한계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영종도신공항이 홍콩의 첵랩콕신공항보다 먼저 개항하면 아시아 중추공항의 유치에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이와 관련,인하대 박기찬교수는 25일 수도권 신국제공항 국제심포지엄에서 『90년대 후반에 아시아 중추공항을 한국에 유치하기 위해서는 영종도신공항 건설은 너무 늦은 감이 있다』며 『신공항이 중추로서 아시아의 관문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소한 완공연도를 늦춰서는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상주신공항건설기획단장은 『영종도신공항이 경쟁국에 앞서 중추공항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개항시기를 1년 정도 앞당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그러나 공기단축을 위한 재원조달이 어려워 현재로서는 불가능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미 MIT대의 로버트 심프슨교수는 앞으로 일본·홍콩의 신공항과 경쟁하게 될 영종도신공항은 아시아의 지역적 중심공항이 되기 위해 정부·항공사 등의 국가적 연합에 의한 공항개발계획수립과 국가전략 조정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보다 효과적인 재원조달을 통해 최소한 1차 완공시기를 더 늦추지 않도록 하고 가능하면 홍콩의 첵랩콕공항보다 먼저 개항,한중수교에 힘입은 중추공항으로서의 유리한 점을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정선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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