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사로잡은 재미동포 신예감독 2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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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두 명의 재미동포 신예감독의 작품이 칸의 시선을 잡았다. '주목할만한 시선'에 초청된 아이작 정(28) 감독의 '문유랑가보'와 필름마켓에 나온 이지호 감독의 '내가 숨쉬는 공기'다.

'문유랑가보'는 24일(현지시간) 오후 드뷔시 극장에서 공식상영됐다. 정 감독은 미국에서 태어난 동포 2세. 의사가 되기 위해 생물학을 공부하다 영화의 힘에 반해 전공을 바꿨고, 이 영화가 장편 데뷔작이다. (중앙일보 5월3일자 30면).

내전의 후유증을 앓고 있는 아프리카 르완다의 이야기다. 르완다 현지에서 11일 만에 불과 3만 달러를 들여 촬영했다. 대사 역시 모두 르완다 말이다.

이날 공개된 영화는 묵직한 주제를 섬세하게 소화하는 연출력이 돋보였다. 영화는 소년 '응가보'(최고의 전사를 뜻하는 '문유랑가보'의 줄임말)가 아버지를 죽인 원수에 복수하러 나서는 얘기다. 르완다의 비극을 보여주는 동시에 평화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감독이 현지에서 캐스팅한 두 청년 배우도 깊은 여운을 남긴다.

정 감독은 르완다의 배우들과 함께 무대인사를 했다. 그는 "한국사람이 왜 르완다에서 영화를 만들었는지 의아할 것이다. 쿵푸영화를 찍는 건 아닌지 궁금해 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국경을 넘어서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내가 숨쉬는 공기'는 신인 감독의 데뷔작인데도 올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포레스트 휘태커를 비롯, 브랜든 프레이저.사라 미셀 겔러.케빈 베이컨.앤디 가르시아 등 캐스팅이 화려하다. 액션.갱스터.멜러 등 다양한 장르의 맛을 네 개의 에피소드에 섞어넣었다. 에피소드마다 주.조연이 바뀌면서 마지막에 이들의 관계가 하나로 연결된다.

영화전문지 '버라이어티'는 이 영화가 미국.영국 등 12개국에 판권이 팔렸다고 보도했다. 이 감독은 지난해 국내에서 배우 김민과 결혼해 화제가 됐다.

칸=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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