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로봇이야기

차세대 로봇, 나노 사이보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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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사이보그'라는 단어는 1960년 처음 사용됐다. 인체의 기능을 인공장기로 대체하면 외계에서도 생존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로 우주비행 전문지에 실린 기고문에서다. 최근 우리 영화 제목으로도 나왔다. 70년대의 친근한 사이보그 '육백만불의 사나이'에 이어 영화 스타워즈에서 '다스 베이더'가 으스스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인공장기 기술은 급속히 발전했다. 인체의 신경과 연결해 생각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다. 최근 독일에서 인공심장이 개발돼 기술혁신상까지 받았다. 단어의 정의로만 본다면 인공 다리.손.팔.심장을 가진 사람은 모두 사이보그가 된다. 하지만 사이보그라는 공상과학 이미지와는 어딘지 안 맞는 것 같다. 작동 기능은 차치하더라도 외형이 투박하기 짝이 없다. 부드러운 신체에 차갑고 딱딱한 쇠붙이가 서로 어울리지 않게 그냥 붙어 있는 느낌이다. 특성 자체도 다르다.

로봇 기술은 꾸준히 로봇 중량을 줄여 왔다. 날렵한 움직임, 낮은 에너지 소비와 경제성 때문이다. 보통 10㎏의 물체를 들어 올리는 산업용 로봇 몸무게는 200㎏ 정도다. 인간은 평균적으로 자기 몸무게 정도를 들 수 있다. 효율 면에서 인체가 훨씬 우수하다. 또 사람의 팔은 로봇 팔에 비해 갸름하다. 로봇도 그렇게 만들면 되지 않느냐고 하겠지만 간단치가 않다.

일본 혼다의 휴머노이드 '아시모'는 120cm 키에 몸무게는 43㎏이다. 부품 소재, 제어기, 구동장치를 개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하지만 로봇 몸체 안에는 공간이 많지만 더 줄이기 어렵다. 전동 모터, 센서, 기타 모든 로봇 부품이 뭉툭하고 부피가 크기 때문이다. 부품 하나가 한 가지 기능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부피가 크다.

인체는 그와 달리 머리카락보다 가는 무수한 근육세포와 신경세포가 모여 있다. 동일한 기능을 가진 무수한 작은 세포가 모여 큰 기능을 내고 있다. 신경세포나 근육세포를 부품으로 치자면 몸에는 하나의 기능을 가진 무수한 작은 부품이 모여 있는 셈이다. 인체는 대표적인 나노 바이오 집합체다.

미 대통령 미래분과 자문위원장이었던 빌 조이는 21세기가 유전공학.나노기술.로봇공학 시대라고 말했다. 나노바이오 기술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러한 기반 기술을 이용, 기능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선 로봇 부품을 신체처럼 나노바이오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센서.구동.기타 부품을 초소형으로 만들고 이들을 다발로 사용하면 부피를 줄이면서 기능을 높일 수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인체 조직과의 결합성과 적응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나노바이오 방식의 인공장기 개발은 활발하다. 인체의 평형을 잡아주는 달팽이관이나 시각장애인의 눈 역할을 하는 인공 망막 기술은 이미 상당한 수준에 와 있다. 인체의 구성요소를 대상으로 하는 나노바이오 인공장기 개발은 더욱 가속될 것이다. 필자도 10년 전 인공 근육세포 특허를 낸 적이 있다.

이러한 기술은 기존의 인공장기 시장을 넘어 새로운 차원의 로봇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필자는 이를 '나노 사이보그'라고 부른다. 기존 로봇 기능의 효율을 극대화하고 인체조직과의 적합성을 통해 손상된 신체의 기능을 대신하는 복지 기술이다. 동시에 차세대 로봇시대를 열 수 있는 중요한 기술이다. 이를 적용하면 인체를 닮으면서도 어떤 면에서는 더 뛰어난 멋있는 사이보그를 볼 수 있을 것이다.

1세대인 산업용 로봇을 거쳐 2세대를 서비스 로봇 또는 휴머노이드라고 한다면 나노 사이보그는 3세대 로봇으로 부를 수 있는 새로운 지평이다. 이때가 되면 로봇 기술은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무척 다양한 기술의 복합체로 확대될 것이다. 2세대 로봇에 집중하고 있는 요즈음, 3세대 로봇에도 관심을 갖고 투자를 확대해 원천특허를 선점하는 등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

박종오 전남대 교수 기계시스템공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