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조 선수생활 전념케 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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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올림픽 마라톤 2연패의 위업을 달성하기 위해 황영조(황영조·22·코오롱)를 보호해야한다는 여론이 들끓고있다.
이 같은 여론은 능력과 재질로 볼 때 그 가능성은 충분하고도 남지만 보다 건실하고 절제 있는 생활을 벗어날 경우「단발성 영웅」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번 올림픽에서의 장거가 국민적 영웅으로서 칭송 받기에 부족함이 없지만 작금 황에게 베풀어지고 있는「과잉환대」가「어린 영웅」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한마디로 임춘애(임춘애·이대 졸)의 전철을 되밟는 게 아니냐는 체육계의 우려가 그것이다.
임춘애는 지난86년 서울아시안게임이 탄생시킨(3관 왕)한국여자육상의 신데렐라.
빼어난 체격조건과 폐활량으로 아시아를 대표하는 중거리 스타로의 꾸준한 성장이 기대됐으나 안타깝게도 주변의 유혹에 힘없이 굴복, 이후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한 채 일과성 스타로 육상인생을 끝마쳤다.
지금 황영조에 쏟아지는 국민적 관심과 찬사는 임춘애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뜨겁고 높다. 지난12일 개선 후 하루도 쉬지 않고 쏟아지는 환영행사와 방송출연, 답지하는 성금과 성품 등 과거 설움 받던 시절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상전벽해(상전벽해)의 변화인 셈. 정봉수(정봉수)감독은 지난19일 삼척군민환영대회에 참석한 후 연일 누적된 피로로 병원신세를 지기에까지 이르렀다.
지금까지 황에게 쏟아진 성금·성품만도 4억 원대. 금메달획득의「일등공신」인 감독은 이러한 시혜에서 철저치 배제된 채 선수에게만 스폿라이트가 비춰지는 것도 한국만의 현상.
그러다 보니 황영조 자신의 의식도 많이 바뀌고 있다는 징후가 여러 군데서 발견되고 있다. 최근 모 방송에 출연해서는『마음 같아서는 당장 운동을 그만두고 편히 살고 싶다』라든지 과거감독에 절대 복종하던 황 선수가 최근 일정조정문제로 감독과 불화를 빚었다는 소문이 나도는가 하면 일부 체육인들이『이러다가는 황영조의 스케줄을 관리할 매니저까지 두어야 할 판』이라는 비아냥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따라서 국민들은 한참 외파(외파)에 휩쓸릴 조짐을 보이고 있는 황영조 선수를 거두어 기필코 올림픽 마라톤 2연패를 달성하자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황영조는 타고난 신체조건과 나이로 볼 때 지금까지와 같은 성실한 훈련만 뒷받침된다면 연령상 전성기를 맞는 96년 아틀랜타 올림픽에서의 마라톤2연패는 절대 무리한 욕심이 아니라고 육상인 들은 입을 모은다.
급기야 20일에는 육상연맹의 박정기(박정기)회장과 코오롱그룹의 이동찬(이동찬)회장이 만나『앞으로 어떤 명목의 환영행사에도 황영조 선수를 내보내지 않는다』는 합의를 하기에 이르렀다. 그 열쇠는 육상연맹도 정봉수 감독도 아닌 황영조 자신의 뼈를 깎는 자기절제와 노력에 달려있다는 게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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