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안정구도 정착(개편되는 동북아질서/한·중 수교시대: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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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고립 북한,핵사찰 유엔 대처할듯/지역안보협력 논의 구체화 예상
한중수교에 따라 동북아 국제질서의 대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동북아 지역의 불안요인이 되어온 한반도의 분단은 미국과 중·소라는 냉전하 강대국간 대립에 따른 것이라면 한국이 러시아에 이어 중국과도 관계를 정상화 함으로써 한반도의 안정구도를 정착시킬 수 있는 토대구축이 완료된 셈이다.
냉전의 종식과 함께 재편기를 맞고 있는 동북아 지역의 세력균형이나 경제질서에 있어서도 한국과 중국의 관계정상화는 일본의 독주를 적절히 견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동북아에 세력재편의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먼저 북한이 큰 충격을 받고,대외정책에서의 변화를 가속화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후견인격이었던 러시아는 이미 북한의 정책을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반북한 세력이 되어 있고,동구권도 북한과의 관계를 점점 축소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의 경제지원을 중국에서 보충해 보려던 북한은 한중수교로 더 이상 일방적인 지원을 희망하기 어렵게 됐다는 현실을 인정해야 하게 됐다.
중국은 그동안 북한에 대해 끈질기게 개방정책을 요구해 왔고,중국의 경제특구에 대해 김일성이 시찰하고 학습하도록 한 것도 이런 상황을 전제한 것이다.
북한은 대외개방을 가속화 하는 한편 미국과 일본에 대한 수교협상에 더욱 적극적이 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미 일뿐 아니라 중국까지 북한에 요구하고 있는 남북상호사찰 문제에 대해 북한이 타협적인 자세를 취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와 함께 일본이 수교회담에서 핵문제를 전제로 하고 있을뿐 아니라,경협문제도 까다로운 협상에 걸려 있어 대만에서 자금을 끌어들여 당장 급한 불을 끄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을 의식하는 북한이나 실질적인 경제교류 상대자로서의 실익 등을 고려한 대만이 정치적인 차원까지 관계를 발전시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중수교의 파장은 일본에도 큰 충격을 주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일본은 경제대국의 위치를 이용해 최근 국제정치에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동남아의 경우 일본 자본에 의해 지배되다시피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며,환동해 경제권을 내세워 남북한과 중국,시베리아까지 일본의 영향권에 두려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중 수교는 일본을 견제할 수 있는 새로운 축을 형성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제 한국과 중국도 앞으로 어떤식으로 정리하고 넘어갈지 모르지만 한국동란의 과거를 딛고 협력관계를 회복한 것은 일방적인 독주보다는 역내 국가간의 상호견제와 협력이라는 건전한 관계를 회복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최근 이상옥외무부장관이 아시아지역에서의 안보협의회의 문제를 다시 거론하기 시작한 것도 한중관계의 정상화에 따라 역내 국가간에 안보협력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가능해졌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일본측은 한중수교로 빚어지는 동북아 새 관계에 상당히 신경쓰는 것 같다.
한­중간의 접근을 한반도에서의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일본의 대북접근 속도도 가속화 할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일본이 대북관계 개선을 서두를 경우 자칫하면 핵문제가 실종될 우려가 있어 이에 대해서는 한·미·일 기존 우방끼리의 내부조정이 필요할 것이다.
아무튼 한중수교는 6공이 추진한 방북외교의 완성이자 동북아의 국제적인 역관계를 재편하는 계기를 마련한 셈이어서 앞으로 남북관계에도 본질적인 영향을 주게될 것으로 전망된다.<김진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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