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상쾌한 음악회|젊은이들의 꿈과 음악적 열정 돋보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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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래세계 음악의 꿈나무들로 구성된 아시안 유스 오키스트라. 이들은 지난 7월18일부터 3주간의 강도높은 훈련으로 갈고닦은 기량을 17,18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유감 없이 발휘했다.
하루 7시간씩 세계 저명교수 및 연주가들로부터 지도 받은 젊은 음악가들의 꿈과 이상, 음악적 열정과 감성이 따뜻한 마음으로 귀기울인 청중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된 것이다.
싱가포르·한국·홍콩·일본 등지에서 모두 13회의 순회일정을 가진 이 오키스트라는 단원으로 응시한 13∼25세 음악도 6백 명 가운데 선발된 1백 명의 정예들로 구성돼 있다는 사실부터가 일단 기대를 갖게 했다. 그리고 아시안 유스 오키스트라를 통한 음악체험, 새롭게 만난 미지의 벗들과 함께 땀흘리며 앙상블의 묘미를 터득해 가는 과정이야말로 더할 나위 없이 값진 기회였음을 그들은 신선한 연주로 입증해 보였다.
오키스트라의 웅대한 음악세계에 순응하고 친화하는 순발력, 자신의 역량을 작품에 융해시켜 새로운 느낌을 안겨주는 기교 등은 이 음악회를 찾은 수많은 청소년 음악도 들에게 특히 좋은 자극이 되었을 것이다.
첫날은 드보르자크의 『사육제 서곡』, 시벨리우스의『바이얼린협주곡 d단조』(협연 김영욱),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제6번-비창』이 섬세하면서도 전체 스케일을 중시하는 데이비드 앨런 밀러의 지휘로 연주됐다.
여름시즌엔 좀처럼 연주하지 않는다는 바이얼리니스트 김영욱씨의 협연은 감성이 풍부한 음색과 호소력 넘치는 선율로 긴밀한 앙상블을 이루었다.
루커스 포스가 지휘봉을 잡은 둘째 날 연주회에서는 일본작곡가의 현대적 작품을 청소년 음악도 들에게 섭렵시키려는 기획 의도를 읽을 수 있었다.
또 일본 바이얼리니스트 이가 아야가 협연한 바흐의 『바이얼린 협주곡 E장조』는 충실한 작품 해석, 단아하고 격조 있는 음색, 챔발로가 있는 소 편성의 실내악 적 연주로 앙상블의 매력을 느끼게 했다.
말러의『교향곡 제4번 G장조』에서 지휘자 포스가 좀더 여유있는 템포를 설정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이는 자신의 주장보다 전체의 흐름파악에 중점을 뒀기 때문인 듯 싶다. 그리고 이 작품의 4악장에서 세계적 성악가 엘리 아벨링이 기꺼이 순회연주 일정에 참여한데서 청소년 악단에 대한 깊은 애정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다소 둔화된 음색이었지만 원숙한 음악성으로 오키스트라와 만난 이 대가의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한편 이 공연은 청소년에 대한 사회적 투자가 얼마나 보람되고 희망적인가를 새삼 실감케 했다.
헌신적인 스폰서와 새 세대에 대한 선배 음악가들의 뜨거운 애정. 오늘날우리 음악계에 뿌리내려야 할 교훈 같은 것을 덤으로 얻은 상쾌한 음악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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