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안채권」발행 반대 거세 “주춤”/증시안정대책 왜 늦어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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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마지막 카드”… 후유증·약효고려 심사숙고/정치불안 등 악재 도사려 발표시기 고심도
정부가 마련중인 증시안정대책이 막판에 진통을 겪고 있다.
이번 대책의 골간중 하나인 증안채권의 발행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이 당정내에서도 완강하기 때문이다.
이제 증시안정대책은 재무부장관의 「결심」만을 남겨놓은 상태라 최종 발표가 그리 늦어지지는 않을 전망이지만,기본 골격의 수정은 불가피하게 됐다.
이번 증시안정대책은 크게 두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증안채권의 발행과 증안기금의 증액 등을 통해 모두 4조∼5조원 가량의 주식매수세력을 형성한다는 것이고,또 하나는 통화를 신축적으로 운용해 증시안정의 기본여건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중 증안채권의 발행은 시행 여부가 불투명해졌고,대신 통화의 신축운용은 한은의 이견에도 불구하고 당정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상속세를 면제하는 증안채권을 발행하자는 안은 재무부 안에서도 반대의견이 거셌던 것이라 「논란」의 불씨를 처음부터 안고 있었던 것.
그러나 이용만장관은 「지하자금의 양성화」라는 명분에 대단한 「애착」을 보여 재무부 안의 반대의견에 별로 귀를 기울이지 않았고,또 증시안정대책 마련작업이 워낙 급히 진행되는 통에 반대여론이 별로 드러나지 않다가 19일의 당정협의 이후 증안채권 발행에 대한 「재고」가 공식화되자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 노골적으로 표출됐다.
○…상속세 면제를 대가로 주는 장기저리의 채권발행은 큰 일이 있을때마다 재무부가 꺼내곤 하는 방안. 지난 89∼90년에 실명제 실시 여부를 놓고 논란이 벌여졌을 때도 재무부는 실명제의 충격을 완충시키는 방안의 하나로 이번과 똑같은 방안을 검토한 적이 있었다.
이에 대해 정부의 한 관계자는 『실명화를 대가로 상속세의 면제가 제시된 것도 문제가 많아 채택이 안됐는데,증시안정을 대가로 그같은 방안이 채택되겠느냐』며 『당에서도 「표」를 생각하면 그리 쉽게 결심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쐐기」를 박기도.
○…증권당국의 가장 큰 고민은 증시대책이 나와서 과연 주가가 어느 정도나 오르겠느냐는 것이다.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투신사로 하여금 무제한으로 주식을 사게 한 89년 12·12조치의 약발도 불과 사흘에 그쳤던 기억을 하는 증권당국은 주가가 사상최고치의 절반아래로 떨어진 상황에서 사실상 마지막 카드일 수 밖에 없는 이번 대책의 약발도 시원찮을 경우 쏟아지는 비판을 감당해내기 어렵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증권당국 스스로 최근의 주가하락이 주식시장 내부요인이나 경기부진 등 경제내적인 요인보다는 주로 대우그룹 및 민자당 이종찬의원 등의 신당설,신행주대교 붕괴사고,정보사부지 사기사건 등 외생변수에 의해 하락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도 정치불안정이 지속되고 있으며 앞으로 본격적으로 대통령선거정국으로 치달을 경우 정국불안은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에 따라 주가에 나쁜 영향을 미칠 변수가 더 많아 대책발표이후 주가상승을 절대로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번에 대책을 냈다가 약발이 약해 다시 거꾸러질 경우 본격적인 대선정국인 10월께 정치권의 또다른 부양책요구를 거절하기 힘들게 되므로 이번에 더욱 차분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우세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당국은 이번에 증시대책 자체를 내놓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정치권의 요구에 휘말려서 부랴부랴 냈다는 인상을 주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며,그 대책도 문제점이나 후유증이 가장 적은 경제원론적인 처방을 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증권당국은 증시대책의 발표시기를 고심하고 있다. 오를만한 시기에 맞춰해야 되는데 지금은 시기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민자당 이종찬의원 등의 탈당에 이은 신당추진 움직임에 맞물려 수그러들었던 대우그룹의 자금지원설이 잠복한 가운데 대우그룹의 주가가 춤을 추면서 종합주가지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이동통신사업자 선정문제로 당정간에 갈등이 있어 이 또한 주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두 핵을 피한 뒤 주가가 충분히 바닥을 다졌다고 인식됐을 때 대책을 내놓아 오름세를 타도록 해야 한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김수길·양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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