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업계에 「W이론」바람/“한국식 경영철학서”…열흘만에 베스트셀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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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한국형 기술,한국형 산업문화를 강조하는 「W이론」바람이 불황업계에 불고 있다.
W이론은 이면우교수(서울대 산업공학)가 근간저서 『W이론을 만들자』(지식산업사간)에서 주장한 일종의 한국식 경영철학인데 이 책은 발매 한달 열흘만에 베스트셀러 자리에 뛰어올랐다.
이 책은 지난달 8일 전국서점에 깔리기 시작,일반독자뿐 아니라 기업가·정치인·공무원 등 각계에 큰 인기를 모으며 현재 2만6천권 정도가 나갔고,포항제철·삼성물산·한국화약그룹·현대자동차 등 10여개업체에서 사원교육용으로 2백∼3백권씩 대량 구입해가는가 하면 포항·여수 등 전국에 산재한 공단지역에서도 많이 팔리고 있다.
W이론의 요체는 단순하다.
선진국의 기술과 경영방식을 뒤쫓기에 급급했던 60,70년대 방식에서 벗어나 우리 토양에 맞는 기술과 제품을 개발하고 우리 문화에 어울리는 인간관리제도를 도입할 때가 왔다는 것이다.
「W」는 의미있는 단어의 약어가 아니라 20세기를 풍미했던 선진국 경영사고인 이른바 「X·Y」(미국),「Z」(일본)이론에 새로이 대응해야 한다는 점을 내세우기 위해 붙인 이름으로 저자는 특히 공장이나 실험실 등 산업현장에서 근로자들의 「신바람」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양한 사례를 들어 강조하고 있다.
어찌보면 경영이론이라기보다 누구라도 제시할 수 있을 법한 평범한 견해처럼 보인다.
그런데도 이 책자가 대단한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은 20여년에 걸친 저자의 산업현장 경험들이 생생하고 현재 국내산업이 처한 현실과 비전을 쉬운 필치로 설득력있게 제시하고 있어 근래의 부진을 면키 위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는 국내업계에 폭넓은 공감을 얻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인 이 교수는 지난 71년 서울대공대에 몸담은 이래 1년중 열달이상을 저녁시간을 이용,중소기업공장을 찾아 경영자·근로자들과 경영개선방안을 씨름해온 「현장학자」로 작년 3월에는 서울대공대를 『신림동에서 가장 뛰어난 공대』라고 표현하는 등 그 후진성을 직설적으로 비판한 속칭 「공대백서」문제로 정보기관에 불려다니기도 했다.<홍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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