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로 중고품 교환·거래/금호그룹 「알뜰 사내시장」인기끌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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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TV·냉장고서 유모차·애완견까지
금호그룹 23개 계열회사의 부서마다 놓여있는 연락망 컴퓨터에는 「사고,팔고,바꾸고」라는 색다른 항목이 들어있다.
그룹내 1만5천여명의 사원 가운데 누구나 자신이 쓰다만 물건을 팔거나 쓰던 물건을 사고 싶을때,혹은 서로 바꾸고 싶으면 언제든지 그 물건의 가격·특징·품질·연락처 등을 컴퓨터에 입력시켜 서로 매매·교환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른바 컴퓨터를 이용한 중고품의 「알뜰사내시장」인 셈이다.
「컴퓨너 사내시장」는 당초 그룹내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이 소비절약·자원재활용 차원에서 4월부터 한달에 두번 발행하는 사보 『아시아나 소식』에 「사우장터」라는 사우들끼리의 중고품 매매·교환코너를 마련,사원들로부터 선풍적 인기를 끌자 7월말부터 계열사 전사원들에게까지 확대한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이 시장에는 사원들이 쓰다만 TV·VTR·카메라·냉장고 등 생활용품 외에 유모차·수석·분재전집·애완견·인명구조견 등 취미·오락 상품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의 물건들이 나와 거래된다.
부인용 자전거를 사고싶다는 한 사원은 『가격은 주인 마음대로지만 5만원 이상은 연락도 말라』고 못박기도 하고,인명구조견 세인트버나드종 새끼를 팔겠다는 어떤 사원은 『암수 모두 성질이 온순해 키우는데 특별관리가 필요하지 않다』고 친절한 설명까지 입력시키기도 한다.
현재 「컴퓨터시장」에는 매일 5∼10건씩,「사우장터」에는 한달에 30∼40건씩의 중고품이 선보이고 있고 거래성사율은 30%를 상회하는데 사원들은 『소비절약도 되고 폐품도 줄일 수 있을뿐만 아니라 동료애를 두텁게 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자랑한다.
소비절약·자원재활용 운동이 비단 안먹고 안쓰고 찌그러진 깡통을 재생하는데에서만이 아니라 서로 중고품을 적절한 가격에 사고 팔고 교환하는 일에서도 훌륭이 이뤄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정선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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