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밑 극장가 가족영화] '더 캣'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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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게 어지럽히세요. 마음껏 노세요. 그러나 다 놀고 말끔히 정리하는 것만은 잊지 마세요. 그래야 착한 어린이랍니다.

31일 개봉하는 '더 캣'은 동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답게 눈을 자극하는 호화판 볼거리로 얼을 빼놓은 뒤 지극히 교훈적인 이야기로 막을 내린다. '더 캣'의 원작은 1957년 출간돼 현재까지 미국 어린이들의 필독서로 꼽히는 닥터 수스의 '모자 쓴 고양이'(The Cat in the Hat)다. 할리우드는 이 스테디셀러를 동화책으로만 놔두는 게 못내 아까웠던지 제작비 9천만달러를 투입하고 마이크 마이어스라는 걸출한 배우를 기용해 새 옷을 갈아입혔다.

동화가 일방적으로 설교만 하고 끝나는 게 아니듯 이 영화도 아이들의 호기심을 끌기 위해 단단히 무장한 인상이다. 모자 쓴 고양이와 두 아이가 벌이는 소동이 정신이 사나울 정도로 쉴새 없이 이어져 멀미가 날 정도다. 변신 로봇 저리 가라 할 만한 고양이의 원맨쇼 등 다소 황당하다 싶을 만큼 '오버'가 계속되는 까닭에 부모보다는 아이들의 눈이 훨씬 말똥말똥할 영화다.

콘래드(스펜서 브레슬린)와 샐리(다코타 패닝) 남매가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엄마(켈리 프레스턴)가 일 나간 사이 겪는 시끌벅적한 하루가 영화의 뼈대다. 엄마는 퇴근 후 파티를 열어야 하니 절대로 거실을 어지럽혀서는 안된다고 엄명을 내린다. 옆집 사내 퀸(알렉 볼드윈)은 말썽꾼 콘래드를 기숙사관학교에 보낸 뒤 엄마와 결혼하려는 흑심을 품고 있다.

따분해하는 두 남매 앞에 고양이(마이크 마이어스)가 나타난다. 보통 고양이가 아니라 온갖 현란한 마술과 쇼를 펼치니 가히 '낭만고양이'급이다. 물론 하나씩 쇼가 끝날 때마다 집안은 난장판이 돼간다. 과연 두 남매는 엄마가 돌아오기 전 집안을 말끔히 치울 수 있을까.

뻔한 줄거리를 참을성 있게 기다리게 해주는 건 동화책을 그대로 펼쳐놓은 듯한 환상적인 화면과 분장 때문에 얼굴을 알아보기 힘든 고양이 마이크 마이어스의 개인기 덕이다. 고양이 분장 한번 하는데 2시간에서 2시간30분이 걸렸다고 한다. 고양이의 부하 격인 싱원과 싱투는 고난도의 훈련을 거친 쌍둥이 아역 배우다.

노란색과 녹색 등을 주조로 때깔 좋게 꾸며진 동네는 캘리포니아 시미 밸리에 세운 세트다. 제작진은 약 넉달에 걸쳐 이 곳에 집 24채와 차고 22개를 세우고 약 2만평 부지에 나무를 심는 공사를 했다. 물론 촬영 후 다 허물었다. 감독 보 웰치. 전체 관람가.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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