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경제 선생님] 방학때 생기는 용돈 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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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긴 겨울방학이 곧 시작됩니다. 경제교육을 하는 입장에선 무척 중요한 시기이지요.

방학 때는 아이들에게 돈 관리를 가르치는 방식이 평소와 많이 달라야 합니다.

우선 방학이 되면 소비 기회가 많아집니다. 학교에 가지 않아 여가시간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친구들과 놀다가 함께 물건을 사러 가는 일도 많습니다. 또 겨울방학에는 크리스마스.연말연시.설날 등 각종 행사가 줄줄이 이어집니다. 가뜩이나 들떠 있는 아이들 마음을 더욱 싱숭생숭하게 만드는 것이지요. 그러다 보면 소비욕구를 통제하기가 어려워지고 쓸데없는 데 돈을 낭비하기 쉽습니다.

아이들 주머니 사정도 좋아집니다. 설날에는 세뱃돈을 챙길 수 있고, 오랜만에 방문하는 친척 어른들도 아이들에게 조금씩 돈을 집어주시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부모님들이 정기적으로 주는 용돈을 합치면 상당한 돈이 아이들 주머니로 들어가게 됩니다.

이렇게 겨울방학은 다른 때보다 소비 유혹이 커지고 용돈은 많아지는 시기입니다. 이 시기를 현명하게 보내는 것이 부모와 아이에게 주어진 과제입니다. 무작정 아이에게 받은 돈을 다 저축하라고 하거나 돈을 아껴 쓰라고 하는 것은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아이가 스스로 문제를 알고 대비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컨대 방학이 끝나고 새 학기가 시작될 때 어떻게 할 것인지 대화를 나눠보세요. 새 학기에는 새로 학용품을 장만해야 하고 학교 준비물도 늘어나므로 다른 때보다 지출이 많아집니다. 이런 때를 대비해 세뱃돈 등을 다 쓰지 말고 남겨둬야 한다고 말해 주세요.

친척 어른들에게 돈을 받을 때에는 아이들이 돈을 주신 분들의 마음을 생각하도록 해보세요. 돈을 소중히 하는 마음이 생겨날 것입니다.

부모님들의 경험도 아이에게 알려 주세요. 보너스 등 비정기적인 목돈이 생겼을 때 어떻게 관리했는지, 돈을 써버리고 싶은 욕구를 어떻게 이겨냈는지 등을 얘기해 주면 아이도 느끼는 것이 있을 겁니다. 혹은 부모님들이 돈 관리에 실패한 경험이 있다면 그때 왜 실패했고 결과가 어떠했는지도 아이와 대화를 나눠보세요.

이런 대화를 통해 아이가 부모님의 경제생활을 이해하고 자신이 해결해야 할 문제를 몇가지라도 찾아낸다면 상당한 교육적 효과를 거둔 것이 됩니다.

김정훈 원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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