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위성 DMB 사업 "속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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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 서비스에 들어갈 예정이던 위성 디지털미디어방송(DMB)이 방송법 암초에 걸렸다. 세계 최초로 시도되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관련 법을 개정해 사업허가를 내줘야 하는데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가 개정내용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위성 DMB를 준비 중인 SK텔레콤(SKT)과 KT는 내년에도 사업허가 여부가 불투명하고 서비스 지연에 따른 업체들의 큰 손실이 예상된다.

위성 DMB(Digital Multimedia Broadcasting)는 개인휴대단말기(PDA)나 차량에 부착된 단말기를 통해 위성으로 전송되는 방송을 보거나 데이터를 제공받는 서비스다. 언제 어디서나 TV와 같은 화질의 방송을 시청할 수 있어 '손안의 멀티미디어 서비스'로 불린다.

◇지지부진한 방송법 개정=지난달 무소속 정범구 의원이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 중 DMB 서비스 관련 조항을 신설하자는 데는 정통부와 방송위가 모두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데이터방송을 방송으로 보느냐 여부를 놓고 양측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방송위원회는 1~2년 후 쌍방향 TV가 상용화되기 때문에 데이터방송도 방송으로 간주해 모든 콘텐츠가 방송위 심의를 거쳐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정통부는 방송위 안을 수용할 경우 국내 1만여 인터넷 콘텐츠업체가 방송으로 간주돼 인터넷에서 유통되는 모든 데이터가 방송위 심의를 거쳐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이 경우 인터넷비즈니스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회 문광위는 지난 17일 소위원회를 열어 법개정안에 대한 논의를 벌였지만 방송위와 정통부의 입장이 맞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에 따라 정통부는 DMB사업이 급한 만큼 이 서비스 조항만 삽입해 법개정을 하자고 건의했지만 방송위는 데이터방송의 방송포함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동의할 수 없다고 맞서 내년 총선 이전에 법개정 가능성은 희박한 상태다.

◇당황한 업체들=법개정 작업이 난항을 겪으면서 내년 5월 시범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는 SKT는 불안해 하는 눈치다. SKT는 이미 주파수(2.630~2.655GHz)를 확보했고 일본의 멀티미디어사업자인 MBCO와 공동으로 내년 2월 위성발사 계획까지 짜놓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2백여 업체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지난 2일 위성DMB법인까지 설립해 SK텔레콤과 함께 2010년까지 4천6백여억원의 투자계획까지 확정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사업허가를 받지 못할 경우 위성발사 후 매월 13억여원에 달하는 위성유지 비용을 날려야 하고 중계기 개발업체들 역시 서비스 지연에 따른 손해가 매월 수십억원을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KT 역시 지난 7월 주파수(2.605~2.630GHz)를 확보하고 2006년 위성을 발사해 서비스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확정했지만 법개정이 늦춰지면서 사업진척도 늦어지고 있다. 특히 DMB 컨소시엄 구성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법개정이 늦어지면서 구체적인 계획을 짜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형규 기자

◇위성 DMB(Digital Multimedia Broadcasting)란

음성.영상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 신호를 디지털 방식으로 변조, 위성을 통해 고정 또는 휴대용. 차량용 수신기에 제공하는 방송서비스다. 위성DMB용 방송센터에서 프로그램을 위성으로 송출하면 위성은 이를 전파를 통해 전국의 DMB단말기에 뿌려준다.위성 한개를 발사하면 40여개 채널을 확보할 수 있어 케이블 TV에 버금가는 다양한 방송 서비스가 가능하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별도의 단말기를 사야 하고 서비스를 이용한 만큼 이용료를 내야 한다. 기본요금은 월 1만5천원 선으로 추정되고 있다.

*** '일본식이냐 유럽식이냐' 업체간 표준화 논란도

DMB표준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정통부는 지난해 4월 산.학.연.방송사 전문가 18명으로 '표준화추진위원회'를 구성, 평가작업을 한 뒤 지난 15일 SK텔레콤이 채택한 시스템 E 방식을 국내 DMB표준으로 채택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KT는 시스템 E 방식은 일본만이 표준으로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기술종속이 되기 쉽고 향후 산업 파급 효과도 적기 때문에 유럽식인 시스템 A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스템 E 방식은 전력효율이 좋아 위성을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시스템 A에 비해 주파수 효율이 떨어져 채널을 많이 운용할 수 없는 게 단점이다.

시스템 A는 시스템 E에 비해 주파수를 50% 이상 확보할 수 있어 소비자에게 다양한 방송채널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때문에 KT는 일본식과 유럽식 모두를 국내 표준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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