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바다 수놓은〃신명 한마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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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아닌 방중에 차시루떡 잘 얻어먹었네.』
『누가 아니래요. 내년 여름에도 이런 춤판이 언제 어디서 벌어지는지 미리 알아보고 휴가계획을 짜야겠어요.』
지난 10일 방 춤의 해 기념 여름철 야외 이동 춤판이 벌어진 강원도 고성군 죽왕면 삼포해수욕장.50대쯤으로 보이는 중년부부가 밤바람 상쾌한 바닷가에서 실컷 춤구경하고 자신들도 직접 무대에 올라 덩실덩실 춤춘뒤 숙소로 돌아가며 하는 얘기다.
『흥이 삭질 않아 도저히 안되겠으니 10분만 더 춤추게 해줘요.』춤판이 끝났는데도 30대남자가 무대에서 내려오지 않고 버티며 큰소리로 외치자 마지못해 흩어지던 피서객들이 『옳소』하고 외치며 다시 가설무대로 모여들었다.
결국 또다시 경쾌한 음악과 현란한 조명 속에서 뒤풀이를 마친 피서객들이 춤의 해 기념티셔츠며 햇빛 가리개등을 하나씩 사들고 아쉽게 발길을 돌린것은 밤 10시쯤. 그제서야 야외춤판의 조명과 음악에 가리웠던 오징어 잡이배의 환한 불빛이며 철썩거리는 파도소리가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춤의 대중화」를 내걸고 지난달 5일 인천 월미도 문화의 거리에서 시작된 이 야외춤판은 삼포해수욕장이 서른번째 무대. 피서객들이 몰리는 산과강가 및 해변마다 펼쳐졌던 이동식 가설무대에서 오후5시무렵 리허설이 시작되자마자 깔개며 간식을 챙겨든 피서객들이 무대앞에 자리 잡으며 뜻밖의 느닷없는(?)구경거리를 기다릴 때 부터 그 열기는 만만치 않은 조짐이었다.
땅거미가 깔리기 시작한 오후7시30분쯤 본공연의 막이오르자 서둘러 저녁식사를 끝내고 삽시간에 가설무대를 에워싼 관객은 1천여명. 잘 안보인다고 칭얼거리는 자녀를 무동태운 젊은 아빠, 감자 부침안주를 곁들인 소주상에 둘러 앉은 40대 남자들, 무대옆 기념품 판매대에서 똑같은 오렌지색 춤의 해 티셔츠를 사입고「특별한 사이」임을 과시하는 연인등 그야말로 각양각색의 남녀노소가 ,한자리에 모였다.
강화자 무용단의 『어 울림』『신풀이』,경희발레단의 『파우스트』『신선한 충격』,동랑댄스앙상블의『하나,둘,셋,넷』으로 무대가 점점 달아오르자 객석에도 신바람이 일었다.
발레를 보며『맙소사, 남자도 춤을 추네』『춤이라고는 덩실거리는 한국춤이나 디스코밖에 몰랐는데 별게 다 있구먼』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는 것으로 미루어 춤판다운 춤판은 처음보는 관객들도 적지않은 모양이었으나 무용수들이 힘차게 뛰어오르고 맴도는 등의 묘기를 보일때마다『좋다』『잘한다』고 외치며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터뜨렸다.
동랑댄스앙상블 단원들이 현대무용『사랑의 듀엣』을 공연할때 남녀가 포옹하는 장면에서는 정안돼 하는 외침이 터져나와 웃음 바다가 되는등 관객들의 솔직하고 열띤 반응으로 춤판은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
5세이하 어린이들의 춤자랑으로 시작된 뒤풀이는 결국 1백명이 넘는 남녀노소가 무대위로 뛰어 오르면서 더욱 흥져위졌다.미처 무대에 오르지 못한 관객들도 모래밭에서 동요·가요·민요메들리에 맞춰 온몸으로 한데 어우러짐으로써 가슴속에 잠자던 신명나는 춤바람을 발산했다.
「춤의 해」를 자신의 춤으로체험한 셈이다.
7만여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전국을 한바퀴 돈 이 야외춤판은 16일 여의도 고수부지에서그 마지막을 장식한다.<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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