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력상품 수출 고전예상/국내에는 어떤 영향 미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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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가전품·섬유·통신기기 등은 “발등의 불”/「관세」폭만큼 가격경쟁서 뒤로 밀릴듯
□북미자유무역협정추진일정
▲90년 6월=미국,NAFTA계획 발표
▲90년 6월11일=미­멕시코,자유무역협정체결 추진합의
▲90년 9월=부시 미 대통령,캐나다 포함을 의회에 통보
▲91년 2월=미·멕시코·캐나다,NAFTA추진 공식발표
▲93년 7월=NAFTA 발효예정
북미자유무역협정의 타결은 가뜩이나 미국시장에서의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의 수출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최대의 단일시장이 형성되는데 따른 무역창출 효과로 이 지역에 대한 우리나라의 수출이 늘어나는 긍정적인 측면도 없지는 않겠지만 이 보다는 미국의 기술과 자보,캐나다의 천연자원,멕시코의 풍부한 노동력이 결합됨으로써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의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멕시코는 동남아와 중국 등과는 달리 지리적으로 미국과 인접해 있는데다 산업의 전반적인 수준이 다른 후발개도국보다 앞서 있어 미국의 기술과 자본이 접목될 경우 5∼10년 뒤에는 자동차·전자·반도체 등 주력품목에서 우리와 치열한 경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의 대미수출이 88년 2백14억달러에서 지난해 1백85억달러로 내려앉은 것과는 달리 멕시코는 대미수출이 해마다 큰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미국시장에서 한국상품의 시장점유율은 88년 4.6%에서 지난해 3.5%로 낮아진 반면 멕시코는 같은 기간중 5.3%에서 6.3%로 높아졌다. 멕시코는 또 전체교역중 70%를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
북미자유무역지대의 탄생으로 국내업계가 영향을 받는 품목은 가전·반도체·컴퓨터·통신기기·자동차·의류 등 우리나라의 주력상품이 모두 포함돼 있다.
산업연구원(KIET) 분석에 따르면 가전산업의 경우 미국이 우리나라와 멕시코에 모두 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나 멕시코에 대한 관세가 철폐되면 우리가 훨씬 불리한 입장에 서게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형 컬러TV는 현재 멕시코와 우리나라 제품과의 가격차이가 12.3%에 불과해 관세철폐의 효과가 크게 나타날 전망이다.
반도체는 우리나라에 대한 관세가 0.061%에 불과해 당장에는 큰 타격을 주지않지만 미국 등 선진국 기업의 멕시코 진출이 두드러지고 있어 앞으로 역외국간의 경제협력이 긴밀해질 경우 역외국인 우리가 비관세 장벽으로 고전할 것이 우려된다.
컴퓨터의 경우 우리나라의 대미수출에 대한 평균관세율이 5.21%에 달하고 있는 반면 캐나다·멕시코에 대한 관세가 없어 관세철폐에 따른 영향은 없으나 미국의 지적재산권 보호움직임과 관련돼 미국과 멕시코의 분업체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여 우리나라의 대미수출에 적지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북미자유무역협정이 미국 등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원산지 비율의 강화 등 역외국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점이다.
멕시코 등 북미에 대한 우리나라의 투자도 아직 부진한 상태이지만 현지 진출을 확대하려고 해도 원산지 비율에 걸려 현지투자를 하고도 관세혜택을 못받고 있는 사례가 많은 실정이다.
이에 따라 모기업과 부품업체와의 동반진출이 시급해지고 있으나 아직 우리기업의 힘이 여기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섬유업의 경우 원사·직물·제품의 3단계에 원산지 규정이 모두 적용돼 대미우회 수출을 겨냥해 멕시코에 진출한 기업들이 큰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기업들은 이미 상당수가 멕시코에 진출해 있으며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 7월 이후 발효가 예상되는 북미자유무역협정은 이 지역뿐만 아니라 다른지역의 블록화를 촉진시켜 경제블록에 들어있지 않은 우리나라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유럽공동체(EC)의 통합이 내년부터 이뤄지게 돼있고 중남미에서도 경제권이 태동하고 있다. 미국은 앞으로 북미와 중남미를 통하는 거대경제권의 형성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어느 경제권에도 들어갈 수 없는 입장이어서 세계경제의 블록화가 가속화될 경우 다른나라보다 훨씬 불리해질 가능성이 많다.
일본을 중심으로 한 동북아시아,또는 아시아권 전체의 경제권 형성 구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나라간의 경제력 격차가 너무 커 단일경제권의 형성이 현실적으로 어렵게 돼있다.
특히 아시아에서 경제권이 만들어질 경우 이를 일본이 주도할 것으로 예상돼 우리나라는 선택의 폭이 극히 작은 상태다.<길진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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