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대 단일시장 발돋움/「북미 자유무역지대」 창설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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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미·가 자본­기술 멕시코 노동력 결합/11월 선거 의식한 부시 서둘러 추진
미국·캐나다·멕시코 등 3개국이 12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체결키로 합의함으로써 앞으로 3억5천만명의 인구에 연 6조6천억달러의 생산력을 갖고 있는 이 지역이 세계 최대의 단일 시장으로 발돋움하게 되었다.
미국과 캐나다는 지난 89년 이미 모든 관세를 철폐한 상태였으나 여기에 멕시코가 가세,앞으로 15년안에 3국간에 모든 관세 및 무역장벽을 철폐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자유무역협정의 주요내용은 3개국안에서 생산되는 모든 상품의 교역에서 관세를 철폐하고 지금과 같이 미국의 관세를 피하기 위해 멕시코를 통해 미국으로 진출하는 아시아,유럽의 상품을 규제하며 환경문제를 포함한 교역분규를 해결키 위해 3개국간의 직접교섭 창구를 마련한다는 것으로 되어있다.
미국을 포함하여 3국 모두는 이번 합의로 각 나라가 지금보다 훨씬 경제적으로 번영할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콜럼버스의 대륙발견이후 북미에 새로운 역사의 장이 시작되고 있다』면서 『이번 협정으로 3국이 모두 경제적 발전을 이루게 됐다』고 강조했다.
캐나다의 무역장관은 『이번 협정은 3개국 모두가 승자의 게임』이라고 평가했으며 멕시코의 살리나스에 고르타리대통령도 『멕시코상품의 70%가 관세없이 미국과 캐나다로 수출하게 된 반면 수입은 40%만 관세가 없으니 멕시코가 유리하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번 합의는 부시행정부가 11월 선거를 의식하여 서둘러 추진한 결과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시대통령은 이같은 합의를 내주에 있을 공화당 휴스턴 전당대회에서 최대한 활용할 목적으로 야간회담을 강행하면서까지 성사시켰다.
즉 부시대통령이 외교에만 능한 것이 아니라 외교를 통해 국내경제문제를 해결하는 대통령으로 부각시키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백악관의 발표문은 온통 이번 협정의 합의로 미국에 새일자리가 얼마나 생기고 경제성장은 얼마나 더 되느냐에 집중되어 있다.
이번 협정의 핵심은 미국·캐나다의 선진기술과 멕시코의 값싼 노동력을 결합하여 세계무역경쟁에서 경쟁력을 제고시키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혜택이 전국적으로 모든 계층에 골고루 돌아가지 않는다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미국입장에서 이익을 보는 쪽은 우선은 기업이다.
미국의 컴퓨터생산업자를 비롯한 대부분의 하이테크 전문기업의 경우 주로 화이트칼러 직원에 의해 기술·디자인 등은 본국에서 개발해 이를 조립하는 블루칼러일은 임금이 싼 해외에다 맡겨왔다. 지금까지는 멕시코의 법적인 취약성때문에 대만·한국 등에 이를 맡겨왔는데 앞으로는 이를 바로 지척에 있는 멕시코에 맡김으로써 경쟁력을 더 갖게 된다는 것이다.
반면 손해를 각오해야 하는 쪽은 미국의 공장노동자들이다. 이들은 멕시코의 값싼 노동력과 경쟁을 해야 하므로 일자리를 잃어버릴 가능성이 많은 것은 물론 임금도 지금보다 떨어지는 것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지역쪽으로 보면 동북부의 공업지대가 손해를 보게 돼있으며 멕시코와 가까운 남부·서부가 혜택을 얻게 돼있다. 각 생산업자들이 멕시코의 노동력 등을 의식해 멕시코 접경지대로 생산시설을 옮기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협정으로 이득을 보는 쪽은 전통적으로 공화당 지지계층인 기업가들과 공화당의 지지기반인 남서부인 것이다.
미국의 전국노동조합은 이번 협정으로 미국근로자가 실직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이를 반대해 왔다. 따라서 민주당으로서도 이번 협정을 달가워 하지 않고 있다.
빌 클린턴 민주당후보는 얼마전까지도 이 협정을 찬성한다고 했으나 민주당 하원원내총무인 리처드 게파트의원이 미국 근로자의 실직 대책과 환경오염대책이 서있지 않다는 이유로 반대를 분명히 하는 것을 계기로 『공화당이 만들어 놓은대로는 시행치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만일 클린턴이 11월 선거에서 집권하게 되면 세나라는 다시 협상을 시작해야 할 것이 분명하다고 보고있다.
또 이 협정이 발효되기 위해서는 미 의회를 통과해야 하는데 민주당이 미국내의 실업대책·환경오염방지대책이 서있지 않는한 통과를 유보시키겠다고 조건을 달고 있어 11월 선거에서 부시가 이긴다해도 의회통과 과정에 많은 우여곡절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점때문에 이번 협정이 미국의 입장에서는 경제적인 조치라기보다 정치적인 조치라고 보는 쪽이 많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북미 자유무역협정 요지/멕시코,미 농산품 수입허가제 즉각 폐지/고속도 운송시장 99년까지 완전자유화
▲관세장벽=3국간에 이루어지는 무역에 대해 쿼타·관세를 단계적으로 철폐한다. 이에 따라 멕시코로 수출되는 미국 공산품·농산품의 경우 65% 정도가 5년이내 면세혜택을 받게 된다. 나머지는 품목에 따라 10년,15년에 걸쳐 면세대상이 된다.
▲자동차=북미산 부품과 노동력으로 생산된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인하한다.
멕시코로 수출되는 미국산 자동차나 부품의 경우 협정 발효즉시 관세를 50% 줄이고,부품 수출에 대한 수입관세는 5년이내에 철폐한다. 북미산 부품을 65%이상 사용한 자동차만이 이 조항의 혜택을 받는다.
▲통신=60억달러에 이르는 멕시코 통신 시장을 오는 95년 7월까지 미국에 개방한다.
▲섬유=우선 이 지역 섬유 및 의류 교역량의 20% 정도인 2억5천만달러에 대해서는 관세장벽을 즉각 철폐한다. 추가로 7억달러에 대해서는 6년이내,나머지 교역량에 대해서는 10년이내에 모든 제한조치를 폐지한다.
▲농산물=멕시코는 미국 농산품에 대한 수업허가조치를 즉각 폐지한다. 그리고 15년이내에 농산품 교역을 완전 자유화한다.
▲금융서비스=멕시코 금융시장을 오는 2000년까지 완전히 개방한다. 이 항에는 미국은행의 멕시코내 영업을 허락한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보험=멕시코보험회사에 이미 지분을 가진 미국보험회사에 대해서는 오는 96년부터 다수 지분이 허용된다. 그리고 2000년부터는 모든 제약이 완전 철폐된다.
▲운송=고속도로 운송시장을 오는 95년과 99년 두단계에 걸쳐 완전 자유화한다.
▲저작권·특허권·상표권을 보호한다.
▲환경=3국은 각국이 환경 및 건강,안전보호를 추구할 수 있도록 허락한다. 그러나 투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환경기준 등을 낮추어서는 안된다.<워싱턴 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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