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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30대 부자에 든 한국계 2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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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일본 최고 부자에 한국계인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사장(50.(上))이 올랐다.

매년 일본의 부자를 조사해 순위를 매기는 월간 포브스 일본판은 22일 올해 '일본의 부자' 30명을 발표했다. 한국계로는 손씨 외에 일본 '빠찡꼬 왕'인 마루한의 한창우 회장(76.(下))이 22위를 차지했다. 손 사장은 2000년 1위에 오른 뒤 사업 부진으로 순위가 급락했다가 7년 만에 1위를 되찾았다(지난해 9위). 손씨와 한씨는 2005년부터 3년 연속 일본의 30대 부자에 함께 선정됐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7년 만에 1위 탈환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 재산 5조5000억원

◆ '승부사 손정의'=일본 후쿠오카(福岡)에서 태어난 한국인 3세인 손 사장은 19세 때 '인생 50년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20대에 이름을 세상에 알리고, 30대에 수천억 엔 규모의 자금을 만들고, 40대엔 수조 엔 규모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60대에 후계자에게 사업을 넘긴다는 계획이다. 그의 재산은 6960억 엔(약 5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손 사장은 수년 전 "앞으로 10년 안에 일본전신전화(NTT)를 넘어서 통신사업의 정상에 오르겠다"고 장기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4월 2조 엔을 들여 일본에서 영업 중이던 영국의 휴대전화업체인 보다폰을 사들였다. 당시 '무모한 도전'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였으나 지난해 영업이익 2710억 엔을 올렸다. 자신의 계획을 차근차근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손 사장은 1981년 PC 소프트웨어를 도매로 파는 판매회사를 창업한 뒤 기업을 계속 사들이며 사업을 확장해 왔다. 2000년에는 미국의 나스닥과 합자회사를 만들어 '나스닥 재팬'을 설립하는 등 규제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일본의 미디어.금융.통신업계에 새 바람을 일으켰다. 인터넷 통신망 구축이 늦었던 일본에 '야후 BB'란 상식 밖의 저가격 통신망 서비스를 선보이며 인터넷 혁명도 주도했다. 손 사장의 '장사법'은 한마디로 가격을 낮추고 고객을 많이 끌어 모으는 전략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미국 뉴스코퍼레이션의 루퍼트 머독과 제휴해 'SNS(Social networking service.인맥 구축)'사이트의 세계 최대업체인 마이스페이스의 일본어판 서비스도 시작했다. 통신사업에다 콘텐트를 융합해 그가 꿈꿔온 '소프트뱅크', 즉 인간의 지혜와 지식의 결집인 '소프트'를 나눠갖기 위한 정보 인프라와 정보뱅크를 실현하겠다는 꿈을 이뤄가고 있는 것이다.

부동의 '빠찡꼬 왕'
한창우 마루한 회장 재산 1조1000억원

◆ '불굴의 경영자 한창우'=22일은 한창우 회장이 세운 '마루한'의 창립 50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날에 맞춰 일본의 조간신문들에는 뉴욕 한복판을 배경으로 '세계여, 다투지 말고 놀자'란 제목의 마루한 전면 광고가 실렸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2조 엔. 일본 내 부동의 선두 빠찡꼬 업체로 점포 수 214개, 종업원은 9000명이다. 그의 재산은 1320억 엔(약 1조1000억원)에 달한다. 그는 "최근 결산실적을 근거로 하면 순위가 더 올라갔을 것"이라며 "매출 2조 엔에 만족하지 않고 수년 내에 매출 5조 엔 기업으로 만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한 회장의 고향은 경남 삼천포. 14세 때인 1945년 10월 일본에서 막노동을 하던 친형의 부름을 받고 밀항선에 올랐다. 온갖 고생 끝에 명문 사학인 호세이대에 진학했으나 한국인에 대한 차별 때문에 직장을 얻지 못하고 매형이 하던 빠찡꼬 사업에 뛰어들었다.

"슬펐지만 차별은 어느 나라에나 있는 것이라고 생각을 고쳤습니다. 성공을 위해 남들이 8시간 일할 때 15시간 일했습니다."

한 회장은 빠찡꼬가 갖는 부정적 인식을 없애는 데 기여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투명경영을 제1의 경영 방침으로 삼고 모든 수입과 경비를 실시간 전산처리해 세무당국에서도 감탄했을 정도다. 평소 수행비서 없이 혼자 다니고 택시를 이용하는 검소함으로도 유명하다.

일본의 프로축구단이나 도쿄 필하모니를 지원하는 등 문화 활동과 사회 공헌에 앞장서고 있는 그는 해외 진출에 눈을 돌려 마루한을 '일본의 빠찡꼬 업체'에서 '세계의 엔터테인먼트 업체'로 발돋움시키려는 계획도 추진 중이다.

한 회장은 "50년 동안 빠찡꼬를 해본 것은 10번도 안 되고, 그것도 1000엔 정도씩 해봤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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