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승진적체는 일단 “숨통”/사법부 대규모 인사 안팎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5대시 고법원장 모두가 고시 13회/“서열만 중시해 능력은 뒷전” 지적도
고법원장 및 지법원장 7명의 승진이 포함된 대규모 사법부 인사가 8일 단행됐다.
이번 인사로 승진적체 현상을 보여온 사법부에 일단 숨통이 트였다고 볼 수도 있으나 앞으로 현역 대법관 10명의 임기가 끝나는 94년까지는 승진인사요원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에 비춰 지나치게 서열만을 중시한 나머지 「누이좋고 매부좋은」 인사로 그쳤다는 평도 나오고 있다.
고등법원장급 승진인사에는 예상했던 대로(중앙일보 7일자 보도) 고시 13회 3명이 나란히 끼어 서울·대구·부산·광주·대전고법 등 전국 5개 고법원장 모두가 13회 일색이 됐다.
고법원장 첫서열인 서울고법에는 이영모서울형사지법원장이,대구고법은 대구출신 서정제부산지법원장이,광주고법에는 전남 장흥출신 김영진수원지법원장이 승진해 이번 인사의 특징인 지역연고 및 서열고려가 돋보였다.
신설되는 대전고법과 부산고법에는 천경송광주·안용득대구고법원장이 자리를 옮겨 앉았다.
그러나 88년 6공 사법부가 출범한 이후 세차례의 대법관승진 때마다 법원조직상 상서열의 우대를 받는 고법원장급이 연이어 누락된 점을 고려하면 이번 고법원장급의 승진·전보인사 역시 94년 대법관 이사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성급한 분석도 있다.
지법원장 승진에는 고등부장판사 1∼4 서열인 정귀호서울고법수석부장과 서울지법 남·서·북부지원장인 가재환·박영식·김형선원장이 사이좋게 승진했다.
이에 따른 지법원장 전보는 대법관 인사에서 대법원 입성이 점쳐졌던 김승진서울가정법원장과 이정낙인천지법원장이 서울민·형사원장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전국 14개 지법원장중 청주·대전·전주지법 등 3개 지법원장을 제외한 11개 지법원장이 승진·전보로 자리바꿈을 했다.
당초 지법원장 승진·전보인사는 「흰머리를 솎아내는」 변화의 가미가 기대되기도 했으나 철저한 서열중심인사로 「사시시대 개막예고」를 바랐던 고참법관들을 실망(?) 시켰다.
이는 94년 대법관 인사 요인이 10석에 달하나 검찰과 변협이 각기 지분을 내세울 것이 명약관화하고 관례에 따라 법원행정처장 등 대법관 재임명자가 나올 것을 감안하면 최대 6∼7석을 놓고 고법원장 5석과 지법원장 4석을 차지한 고시13회를 비롯,고시14∼16회가 각축을 벌이게 돼 사시세대(고시는 16회가 마지막)의 대법원 입성이 기대보다 늦어질 것이라는 분석때문이다.
결국 사시세대 대법관 탄생은 대법원과 같은 해에 단행될 헌법재판관 인사에서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2명으로 생길 공석과 그밖의 인사요인에 기대를 걸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인사에는 차관급인 고등부장판사 승진자가 당초 예상보다 많은 9명에 달해 사시 10회 일부까지 고법부장 반열에 올랐으며 지법원장 승진으로 생긴 재경지원장 공석에는 서울민·형사지법 수석부장을 제외한 고법부장 서열순에 따라 지원장이 임명됐으며 이에 따라 「영장취재 불허」로 물의를 빚었던 박준서서울지법 동부지원장은 전국 고법부장 최상서열이 앉는 서울고법수석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번 고법 부장 승진에는 지법부장 서열에서는 승진자보다 앞서있던 5명의 지법부장이 누락되는 등 고법·지법원장급 인사보다 서열과 함께 능력발탁이 가미된 인사로 평가되고 있다.<권영민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