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질서」추방 몸으로 실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서울동작동사무소에는 책상옆에 으레 놓여지는 쓰레기통이 없다. 대신 사무실 한편에 종이·유리병·깡통 세가지로 구분된 대형 분리 쓰레기 수거함이 있다.
『쓰레기를 아무거나 섞어버리게되는 개별 쓰레기통을 사용해서는 분리수거가 애초부터 될수 없습니다. 생각끝에 다소 불편하더라도 그때 그때 버릴 물건을 분류해 넣는 버릇을 기르게 대형 공동 분리수거함을 쓰기로 한 겁니다.』
20여년째 공무원 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무장 장태근씨(46)는 주민들에게 쓰레기 분리수거를 요구하면서 정작 공무원들은 그 실천에 둔감한 것은 있을수 없다는 생각에 「솔선수범」을 결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흐르는 물줄기를 바꾸기 힘들듯 지난주부터 쓰레기통을 치워버리자 처음에는 직원들이 불편해했으나 3∼4일 지나면서 「이제는」 새로운 버릇이 형성되어 가고 있다.
동사무소를 찾아온 주민들도 색다른 풍경에 어리둥절해하다 상황을 알고는 흐뭇해하며 고개를 끄덕인다고 했다.
동작구는 이같은 동작동에서의 쓰레기 분리수거시범을 포함, 근검절약의 생활화와 새질서 세우기등을 내용으로 하는 「자랑스런 동작구 만들기운동」을 적극 시행키로 했다.
특히 중앙일보의 기획보도 『자 이제는…』 지적사항들을 주민들을 상대로 적극 계도, 실천해 나갈 방침이다.
그중 무질서배제의 일환으로 가장 손쉽게 실천에 옮길수 있는 「가게앞 물건 가게안으로 들여놓기」를 관내 5백55군데를 시범골목으로 선정, 자율적으로 펼쳐나가고 있다.
습관적으로 인도에 물건을 잔뜩 쌓아놓던 상인들도 처음에는 『단속이 시작되는 것이냐』며 의아해하다 취지를 설명받고는 조금만 신경을 쓰면 우리모두 편할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했다며 적극적으로 동참하기 시작했다.
이밖에도 「골목길 주·정차 바로하기」「두 사람만 모여도 차례지켜 행동하기」등의 제자리찾기운동을 통해 이제부터라도 주변에서 자칫 소홀하기 쉬운 작은 일부터 실천에 옮기기로 했다.
또 「안쓰는 물건 서로 바꿔쓰기」「전기·수도 씀씀이 10%줄이기」등의 알뜰생활하기 운동과 「합성세제 덜 써 생활하기」「쓰레기는 분리해 제 날짜에 내놓기」등의 생활환경 지키기운동을 함께 실시키로 했다.
구청측은 이에따라 아랫구멍을 뚫어 물이 빠져나가게 만들어 쓰레기를 줄일수 있게 한 개량쓰레기통을 관내 요식업소에 보급하는 한편 1회용 비닐봉지를 대신한 장바구니 5천여개를 만들어 부녀회등을 통해 나눠주기로 했다.
관청과 공무원들이 몸으로 실천, 「본」을 보이면서 펼치는 시민문화운동의 결실이 기대된다.<홍병기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