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폭락(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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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작년 이맘때에는 올해 한국경제가 1929년의 미국처럼 주가가 폭락하고 그 이후에 공황이 올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공공연히 나돌았다. 제조업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져 수출부진을 면치못하고 과소비 풍조도 좀처럼 잠들지 않아 이대로 가다간 무슨 사단이 벌어질 것 같다는 걱정이 팽배해 있었다.
같은시기에 올해 일본도 과거의 미국에서 보듯 거품경제의 종언과 더불어 세계 대공황을 초래할 것이라고 일부 경제전문가들이 경고했었다.
투기로 온나라가 들떠 있었던 1920년대의 미국 주식시장은 29년 10월의 「암흑의 목요일」을 전환점으로 대공황에 빠져들기 시작해 「황혼의 30년대」를 맞게 되었다. 90년대에 접어들면서 나타나고 있는 우리나라의 주가폭락 사태는 바로 그 황혼기에 접어든다는 신호로 보아야 한다는게 비관론자들의 식견이었다.
한국과 일본의 자본시장 생태를 잘알고 있는 미국 전문가들은 「돈놓고 돈따먹기」쉬운 양국의 금융경제 비대화가 미국의 20년대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부 기업에서는 대공황 이후 미국의 증권시장은 어떻게 재건되었는가에 대한 자료를 파악하고 시장구조의 문제점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최근 우리나라의 주가는 지난 89년 4월 지수의 꼭 절반수준으로 폭락했다. 적지않은 소액투자자들이 주식으로 재산을 날리고 냉가슴을 앓고있다. 정부의 발표대로라면 도대체 경제가 나빠질 것도 없는데 증시는 붕락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허구많은 증시 부양대책이라는 것을 계속 내놓았지만 결과는 오히려 하락세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중앙은행에 해당하는 미국의 연방준비 이사회는 경기를 부추기기 위해 지난 3년동안 무려 23차례의 금융완화 조치를 취했다.
회복세는 매우 더디지만 그러나 주가는 오름세를 타고있다. 경제의 거품을 빼는데 앞으로 5년은 더 필요하다는 일본이나 대만을 제외하고는 대개의 국가들이 증시안정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남미형 경제파탄이 된다고 자계해왔던 브라질·아르헨티나·멕시코의 주가는 오히려 계속 상승세를 타고있다. 정치안정이 큰몫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한국정치인들이 증시부양책의 하나로 남미정치를 수입해야 할지로 모른다.<최철주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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