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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행­저지… 강도 “시험대”/긴장감도는 국회 여야대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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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힘에 부치는 정면돌파… 지구전도 준비 민자/저지조 배치… 비난들을까 홍보전 주력 민주
국회는 5일 민자당의 상임위원장선출 등 원구성 강행시도와 민주당의 실력저지가 정면으로 맞부딪쳐 물리적 대결로 치닫고 있다.
민자당은 이날 본회의를 속개,상임위원장 선출건과 감사원장·대법관·국회사무총장 임명동의안을 상정해 강행처리하려 했으나 민주당이 의장실과 본회의장 점거 등으로 맞서 곳곳에서 몸싸움을 벌였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도 여야는 총무접촉을 계속하는 등 절충점을 찾고있어 아직까지 극한대결 양상은 아니다.
○…민자당은 기본적으로 7,8일께까지 야당몫 7개를 제외한 9개 상임위원장을 선출한 뒤 내주초 지자제법 개정안을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따라서 5일의 강행시도는 야당의 반발강도를 측정하는 한편,국회공전의 책임이 야당측에 있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과정의 성격이 짙다. 이런 장면을 몇차례 되풀이하면 야당에 대해서도 여론의 등원압력이 거세지지 않겠느냐고 보고 있다.
그러나 정작 물리적 실력행사를 강행할 경우 1백50여명의 여당의원들만으로 결사저지하는 민주당의 97명의원들과 보좌관들을 뚫을 수 없다는 것이 민주당 지도부의 고민이다.
현행 국회법상 상위위원장 선출투표시 본회의장에서 의원명패를 배포한 뒤 투표를 해야 하지만 야당측이 명패배포까지 막을 경우 대처방안이 마땅치 않다.
민자당은 이에 따라 명패를 여벌로 만들어 훼손될 경우에 대비하고 있으며 투표를 며칠간으로 나눠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민자당은 이와 함께 민주당의 실력저지가 예상외로 강하고 막후접촉도 가능성이 희박할 경우 지구전으로 끌고가는 방안도 모색중.
이번 임시국회 회기를 잠정적으로 14일간으로 잡고 있지만 여야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본회의에서 회기를 결정하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회기는 30일간으로 된다.
장기전으로 갈 경우 민자당도 타격을 받겠지만 민주당은 국회조차 열지 못하게한 책임을 지게돼 적지않은 손실을 입을 것이라는 배짱이다.
민자당은 일단 상위장 선출후 내무위·법사위를 열어 지자제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계획이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국회의장 직권으로 바로 본회의에 상정,강행통과시킬 기세다.
민자당이 상위장선출과 지자제법 개정안 통과를 서두르는 데는 나름의 고충이 있다.
헌법재판소에는 현재 자치단체장선거 연기와 관련한 헌법소원이 민주당 1건,개인 2건 등 모두 3건이 전원심판부에 회부돼 있으며 민주당에서 공식·비공식 경로로 결정을 재촉하고 있다는 것. 정부측에서 아직 답변서를 헌재에 제출하지 않아 심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지만 대선이전 위헌결정이 나올 경우 선거에 엄청난 악재로 작용하게 된다.
여기에 오는 12일의 영등포을선거구 재검표도 결과에 따라서는 정국판도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어 당지도부를 초조하게 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아침 농성돌입 선언과 함께 소속의원들에게 행동지침을 내리고 실력저지에 들어갔다.
민주당은 올림픽금메달이 쏟아진 날부터 민자당이 상임위원장선출을 결행해 여야간 몸싸움하는 꼴사나운 모습을 TV에 비춰 함께 욕먹는 작전을 구사할 것으로 보고 여기에 말려들지 않기위해 비폭력 적극저지책을 강구했다.
그 결과 나온 것이 「날치기는 이제 그만」「하늘이 무섭지 않느냐」는 구호를 의원들에게 외치게 하고,소형플래카드를 본회의장 안에 거는 것이다. 자칫 충돌을 빚을 욕설이나 설전을 자제하고 감정이 빠진 구호와 문구가 TV에 나오게 하자는 것이다.
총무단은 이같은 홍보전외에 소속의원(97명)을 7개 저지조로 나눠 본회의장과 박준규국회의장,황낙주부의장(민자) 집무실에 배치,육탄 원천봉쇄책을 세우고 날치기장소로 사용할만한 도서관 등 곳곳에 수비체제를 갖추었다.
민주당은 워키토키 10대,의사당구내에 순찰차량 3대를 동원하는 등 장비전도 벌여 마치 「범죄현장」에 임하는 기동타격대를 방불케 했다.
특히 상임위 구성안을 상정부터 못하게 하기 위해서는 분회의장에 들어가 앉아있을 수 밖에 없다는 이유에서 김영배최고위원을 조장으로한 주력부대 60명을 본회의장에 배치.
그러나 국회에 등원않겠다면서 본회의장에 앉아있는게 겸연쩍었던지 민주당은 『국회복귀가 아니라 날치기를 막기위한 불가항력적 출석』이라고 해명.
당 지도부는 민자당 의원들과 직접 대면할때 우선 구호를 외치고,안되면 몸을 감싸되 신경을 건드리지 않게 하기 위해 하반신을 잡아야 한다는 아이디어까지 제시했다.
그러나 일부의원들은 『저지에 나서는데 몸싸움을 안할 수 있느냐』『TV를 너무 의식한다』는 등의 문제점을 지적해 당지도부를 곤혹스럽게 했다.
○…국민당소속의원들은 『어차피 오늘 날치기하기는 힘들다』고 보고 상임위구성에는 몸싸움하지 않는다는 방침에 따라 민자·민주당간의 대치를 느긋하게 관망.
이날 의원간담회에는 정주영대표와 도지부결성대회때문에 충남 4명,강원 3명의 의원이 빠지는 등 절반인 16명만 참석. 의원들은 9시30분까지 잡담하다가 뒤늦게 회의를 시작,주로 탄핵발의시기와 대통령에 대한 문책방법(탄핵소추촉구 또는 사퇴권고 결의)을 논의했다.<박보균·김두우·오병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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