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영화를 되살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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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여름대목 한국영화 트리오 『하얀전쟁』『장군의 아들』『결혼이야기』의 대외화 선전이 눈부신 가운데 한국영화의 중흥을 위한 영화계 안팎의 노력이 다양한 형태로 펼쳐지고 있다.
시나리오작가협회가 한국영화의 최대취약점인 시나리오부재현상을 타파하고 재능있는 시나리오작가 양성을 목표로 지난달13일 문을 연 「영상작가교육원」에는 1백70명의 영상작가지망생이 몰려들어 새로운소재, 새로운 기법의 한국영화설계도를 공부하고 짜느라 삼복무더위를 잊고 있다.
또 젊은 영화기획자들이 설립한 「한국영화기획정보센터」가 지난달 27∼29일 부산 송정해수욕장에서 연 여름영화캠프에는 2백50여명의 영화애호가들이 참가해 전문영화인들과 한국영화의 문제점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에앞서 지난달20일 YMCA시민영화마당이 마련한 『영화「하얀 전쟁」과 월남전』토론회에도 1백여명의 관객이 감독·연기자와 자리를 함께 해 영화자체에 대한 평가와 영화가 갖는 사회적 의미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그리고 올해안에 오픈 세트장 완공을 1차목표로 잡고 남양주 종합촬영소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영화진흥공사는 「우리영화보기 기획광고」를 실시하고 있다.
이처럼 각종 단체의 한국영화중흥운동이 활발해지자 한국영화조감독동인회는 「우리영화 보기 백만인 서명운동」에 나섰다.
1∼2일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앞에서 시작된 서명운동은 3∼7일 명동제일백화점앞, 8∼15일 종로서울극장 앞에서 계속되는데 조감독동인회는 올해안에 전국 각 도시에서 서명을 받아 목표를 채울 예정이다.
또한 배우 문성근씨가 중심이 된 젊은 연기자들은 「열심히 공부하는 연기자모임」을 결성해 극중 배역해석·실제연기등을 집체토의 형식으로 검증, 연기수업을 지속적으로 해나가기로했다.
이같은 영화운동의 목적은 한국영화의 소재와 기법의 개발, 영화인 스스로의 프로의식강화, 그리고 한국영화관객 저변 확대로 크게 나눠지는데 이미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고 있어 한국영화 진흥을 위한 과학적 방안에 관해 많은 시사를 주고있다.
예컨대 영상작가교육원의 자매격인 시나리오뱅크에서는 교육원에서 수집된 여러소재중 10편가량을 골라 시나리오화작업에 들어갔는데 제작자들도 나섰다는 소식이다.
올해로 네번째 열린 「여름영화캠프」에는 송길한 시나리오작가, 정지영·박광수·이성수·김영빈감독등이 참가해 관객들과 오전3시를 넘기면서까지 현단계 한국영화에 대해 진지하고도 솔직하게 대화를 나눴다.
관객들은 영화인들과 직접 만나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한국영화에 대한 이해와 사랑의 폭을 넓히고 그것이 영화인에게는 좋은 채찍이 된다는 점에서 영화캠프같은 행사는 더 규모가 크게, 다발적으로 열릴 필요가 있다는게 현장을 다녀온 영화인들의 자각을 동반한 의견이다.
이러한 각종 한국영화자구책이 한국영화발전에 일정하게 기여할 것은 틀림없지만 이와동시에 영화학계·영화비평가그룹이 한국영화를 학술적으로 깊이있게 다룰 때 온전한 발전방안이 찾아진다는 점에서 이들의 게으름을 탓하는 사람이 많다.<이헌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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