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 몰린 '스타크 2' 시험판 공개 … 서울서 한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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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게임개발업체인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사의 게임축제가 19~20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렸다.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된 ‘스타크래프트2’ 발표회에 게임 매니어들이 몰려 행사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신인섭 기자

주말인 19~20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부근은 하루 종일 북적였다. 미국 게임업체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Ⅱ'시험판 공개 행사때문이다. 연이틀 5만 명 가까운 인파가 몰렸다. 스타크래프트 후속작에 대한 국내 게임 매니어들의 관심이 얼마나 큰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블리자드의 마이크 모하임 사장은 "한국은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새 게임을 발표해도 객석을 모두 채울 수 있는 유일한 나라"라며 "왜 서울을 세계 e스포츠의 수도라고 하는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미국 최대 게임사인 블리자드는 신작 게임 발표 장소로 주저 없이 한국을 선택했다고 한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출시된 스타크래프트는 한국 게임사의 신기원을 열었다. 실직자가 쏟아지고 모든 내수산업이 침체에 시름하던 당시 유일하게 호황을 누린 곳은 PC방이었다. 98년 3000여 개 정도였던 PC방은 스타크래프트의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이듬해 1만5000여 개로 급증했다. 전 세계에 팔린 스타크래프트 게임 950만 장 중 절반가량인 450만 장이 한국에서 팔렸다. 게임업계는 국내 스타크래프트 이용자가 1300만여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국민 4명 중 1명 이상이 이 게임을 해봤거나 지금도 즐긴다는 얘기다.

이 같은 인기몰이는 2000년 국내에 e스포츠를 태동시켰다. 한국e스포츠협회 정명국 사무국장은 "스타크래프트는 게이머에 따라 수백 가지 작전을 펼칠 수 있기 때문에 e스포츠의 간판 게임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스타크래프트는 일대일로 겨루는 것은 물론, 네 명씩 편을 갈라 게임을 할 수 있어 토너먼트 대회로 만들기에 적합하다. 한 해 300여 회의 대회가 열리고, 50억원이 넘는 상금이 걸린다. 삼성전자.SK텔레콤 등 11개 대기업이 프로게임단을 운영 중이며, 프로게이머만 300명이 넘는다.

이런 열풍을 반영해 블리자드 측은 이번에 발표한 스타크래프트Ⅱ 게임 안내에 한국어를 집어넣기도 했다. 스타크래프트Ⅱ는 원작의 뼈대를 유지하면서 3차원 입체 영상을 도입하고 게임 지도를 자유롭게 편집하는 기능 등을 추가했다. 프로게이머 강민은 "그래픽과 사운드가 화려해졌고 종족 간 힘의 균형도 적절한 것 같다"고 말했다. 새 게임은 내년 하반기쯤 출시될 예정이다.

스타크래프트 후속작이 내년에 나온다는 소식에 게임 매니어들이 큰 관심을 보이는 것과 달리, 국내 게임업계는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 PC게임의 강국이지만 최근 아이디어 고갈로 안방 시장마저 해외 업체에 내주고 있기 때문이다.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스타크래프트Ⅱ가 어려운 처지에 놓인 국내 게임업계를 더욱 침체 국면으로 몰고 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실제 블리자드가 2004년 뛰어난 그래픽과 스토리로 무장한 온라인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내놓으면서 국내 관련 업계는 초토화되다시피 한 바 있다.

장정훈 기자 <cchoon@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shinis@joongang.co.kr>

◆ 스타크래프트=테란.저그.프로토스 중 한 종족을 고른 뒤 지형과 상대방의 작전에 따라 전략을 세워 영토를 확장하고 상대를 무찌르는 게임. 광석과 가스를 많이 모아야 기지와 각종 무기를 강력하게 만들 수 있어 유리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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