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 「물질특허」협상 “비상”/미·EC와 합의한 수준 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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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국의 통상압력에 밀려 정부가 합의해준 불평등조치들과 관련해 일본과 유럽 등 다른 나라까지 동등한 대우를 요구하고 있어 제약 등 관련업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일본은 지난달 31일 서울에서 열린 양국 실무관계자회의에서 물질특허의 지적소유권과 관련해 미국·EC측과 같이 소급 적용해줄 것을 요구,관계자들이 당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같은 소급적용은 어느 나라에서도 선례가 없는 부당한 것으로 86년 당시 국내정치 상황과 관련해 미국의 압력을 견디지 못한 고위정치권이 실무관리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수용토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측도 현재 미국만큼은 아니라도 EC만큼의 대우는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으며 한국측은 정치적으로 양보한 과거의 선례때문에 대일협상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지난 86년 8월 미국측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87년 7월1일 물질특허제도를 마련하면서 미국에만 소급적용토록 행정지도하기로 합의했었다.
이에 따라 유럽공동체(EC)가 미국과 동등한 조치를 요구해 논란끝에 지난해 11월 타결한데 이어 지난 1월 한일정상회담에서는 일본측의 끈질긴 요구에 따라 일본측과도 협의를 시작키로 했었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지난 87년 7월 한국에서 물질특허제도가 시행되기 이전에 미국 또는 EC에 특허등록이 되고,아직 한국에서는 시판이 안된 「미시판품목」에 대해 소급 보호해달라는 것.
정부는 미국에 대해서는 물질특허 이전에 있던 「제법특허」에 등록된 물질을 물질특허로 전이해주고,80년이후의 미시판 품목도 97년 6월30일까지 10년간 보호해주기로 했다.
정부는 또 EC에 대해서도 제법특허를 물질특허로 전이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고,소급대상을 3백50개로 제한하며,타결전에 이미 한국기업이 투자한 품목은 불문에 부친다는 정도로 완화시키긴 했으나,미국의 선례가 있어 소급적용을 해줄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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