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조이는 의협로비 수사 정형근 의원 이번엔 출두할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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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호 10면

2000년 2월 11일 오후 10시, 서울 서초동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 집에서는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검찰 수사관과 경찰관 등 10여 명이 귀가하는 정 의원을 긴급 체포하기 위해 들이닥친 것이다. 정 의원은 “옷을 갈아입고 나오겠다”며 안방으로 들어간 뒤 문을 잠그고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SOS’ 전화를 했다. 1시간쯤 뒤 홍준표 의원 등 10여 명의 의원이 속속 도착했다. 다음날 새벽 2시까지 대치가 계속됐고, 하순봉 사무총장이 “오전 9시까지 정 의원을 출두시키겠다”고 약속해 수사관들이 철수했다. 당시 정 의원은 “김대중 대통령이 서경원 전 의원에게서 북한 공작금 1만 달러를 받은 뒤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선처를 바라면서 싹싹 빌었다”고 말해 고발당하는 등 네 가지 사건에 연루돼 고발당하고도 아홉 차례나 출석 요구에 불응했다.

2003년 정 의원은 ‘국정원 도청 문건 유출 의혹 사건’에도 참고인 자격으로 나오라는 검찰 요구에 불응해 과태료 50만원을 물었다.

4년이 지나 정 의원이 또다시 소환 요구를 받고 검찰과 기 싸움을 하고 있다. 이번에는 ‘의협 로비 사건’이다. 장동익 전 의사협회장에게서 1000만원을 받았다고 보도한 언론사가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고소한 ‘고소인’ 자격이다. 그런데도 검찰에 나와서 조사받으라는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정 의원은 “나에 관한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하면서도 검찰 출두 여부에는 말을 아끼고 있다. 장 전 회장에게서 후원금을 받은 같은 당 고경화ㆍ김병호 의원이 피내사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것과 비교된다.

검찰은 “21일 장 전 회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끝난 뒤 정치인들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의료계가 정치권에 입법 로비 등을 한 흔적이 포착됐다는 설명이다. 정 의원을 강제 조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사 출신의 정 의원이 이번엔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
 
 
▶지난 주
17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검찰 송치
17일 소방교육 도중 학부모 2명 사망, 1명 중태=서울 중랑구 묵동 원묵초등학교에서 열린 ‘가족안전체험캠프’에서 소방차 사다리의 와이어가 끊어지면서 사다리 끝에 달린 바스켓이 뒤집어져 24m 높이에서 추락
18일 서울중앙지검 조사부, 장동익 전 의사협회장에게 사전구속영장 청구
 
▶이번 주
21일 부부의 날ㆍ성년의 날 기념식
21일 제1회 노인자원봉사 대축제(오후 2시ㆍ서울교육문화회관)
23일 보건복지부, 2006년도 의료기관 서비스 평가 결과 발표
25일 주민소환제 시행=주민들이 지방자치단체장ㆍ지방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을 임기 중에 투표를 통해 해임할 수 있음
25일 전국 시ㆍ도교육감 협의회=공정택 서울시교육감, 초·중학교에 남자 교사 30%를 신규 임용하는 성별 할당제 안건을 상정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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