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학생 유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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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호 01면

고려대가 매년 중국ㆍ탄자니아 등 30여 개 개발도상국의 우수 학생 400명을 학부 신입생으로 선발한다. 개도국에 지한파(知韓派)를 양성하기 위해서다. 외국 고교생을 신입생 때부터 전액 장학생으로 뽑아 정식 학위를 주는 프로그램은 주요 대학 중에서 고려대가 처음이다.

고려대, 올 가을부터 매년 학부생 400명 뽑아

고려대 박유성 입학처장은 19일 “형편이 안 돼 해외로 유학 갈 수 없는 개도국의 우수한 인재를 뽑아 한국을 잘 이해하는 엘리트로 키우는 게 이 프로그램(KU 스칼라십)의 목적”이라면서 “올해 가을학기부터 시행한다”고 말했다.

한국전쟁 이후 우리가 가난할 때 우수 학생들이 미국의 도움을 받아 유학 갔는데 이제는 그 혜택을 개도국에 돌려주자는 취지로, ‘한국판 풀브라이트 장학금’으로 불린다. 단순히 개도국을 돕는 차원이 아니라 미래의 해외 지도자들과 실력을 겨뤄 친분을 쌓는다는 의미도 있다. 고려대 한승주 총장서리는 이달 말 대상 국가들의 주한(駐韓) 대사가 참석한 가운데 이런 내용을 담은 장학제도를 발표할 계획이다.

현재 서울대에는 1200명, 연세대는 1800명의 외국인 학생이 재학 중인데 이들은 어학원에 다니거나 단기 교환학생 자격이라 고려대 제도와는 차원이 다르다. 고려대는 이번 장학제도를 위해 200억원의 기금을 이미 조성했다.

이번에 뽑는 장학생들은 입학정원(4000명)과 관계없이 정원 외 특별전형으로 뽑는다. 대상 국가는 서유럽과 북미를 제외한 지역이다. 우선 중국ㆍ몽골ㆍ베트남ㆍ인도ㆍ우크라이나ㆍ카자흐스탄ㆍ칠레ㆍ탄자니아ㆍ나이지리아 등 13개국에서 중점적으로 뽑을 예정이다.

우수 학생을 뽑기 위해 해당 국가의 교육부와 지역 교육청을 통해 추천받는다. 1~3급에 드는 우수 고교의 재학생 중 내신성적 상위 5% 안에 들어야 한다. 고려대는 이를 위해 대상 국가들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며 이달 중에 몽골과 처음으로 서명식을 갖는다.

고려대는 외국 유학생들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학사관리를 엄격히 하기로 했다. 학비와 기숙사비를 전액 면제받으려면 매학기 성적이 평균 3.7 이상(만점 4.5), 토플 250점(CBT)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3.25~3.69이면 절반만 면제하고 3.25를 밑돌면 장학금이 없다. 2.0 이하는 제적된다. 1년간 한국어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한다.
2005년 고려대 경영학과로 편입한 우즈베키스탄 올리모브 피르다브(22)는 “고려대의 새 장학제도가 우즈베키스탄 학생들에게는 아주 좋은 소식”이라면서 “앞으로 두 나라 간의 교류를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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