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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한국 로체샤르·로체 남벽 원정대 <17>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베이스캠프에 진을 친 지 48일째, 마침내 캠프3에 다다랐다. 5월 17일 오후 7시, 2007 로체샤르•로체남벽 원정대(신한은행, 트렉스타, KT 협찬)가 해발 7400m 암설릉 구간에 캠프3를 마련하고 정상공격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지난 15일 루트 개척을 위해 베이스캠프를 떠난 변성호(37), 모상현(33) 대원은 17일 아침캠프2(6800m)를 떠나 오후 6시까지 고정로프 설치 작업을 한 끝에 마침내 캠프사이트에 도달했다. 캠프3가 자리한 암설릉 구간은 ‘난공불락’ 로체 남벽에서도 특히 등반하기가 까다로운 구간이다. 이 구간에서 고정로프 설치 작업에 나선 대원들은 하루에 고작 100m~200m 정도 전진했을 뿐이다. 변성호, 모상현 두 대원 또한 17일 하루 동안 겨우 로프 2피치(1피치 약 60m)를 설치했다. 사실, 캠프3 예정지는 7450m 지점이었지만 날이 어두워 여기까지 도달하지 못하고 50m 아래 지점에 캠프를 칠 수 밖에 없었다.
천신만고 끝에 캠프3를 구축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등반시기가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계속되는 일기 악화로 등반이 더딘 가운데, 히말라야의 몬순 기후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몬순(Monsoon)은 5월말부터 시작된다. 6월이 되면 각국에서 몰려든 클라이머와 트레커들은 ‘신의 영역’ 히말라야에서 물러나야만 하는 것이다. 등반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등반대원들은 그래서 내심 초조한 눈빛이다. 게다가 16일 새벽에는 박영석 대장이 이끄는 또 다른 한국원정대에 크나큰 불운이 닥쳤다. 로체 남벽 너머에 자리잡은 에레베스트 남서벽에서 등반하던 오희준, 이현조 대원이 눈사태로 목숨을 잃은 것이다. 17일 아침 이 소식을 전해들은 베이스캠프는 침묵에 잠겼다. 특히 산화한 두 사람과 각별한 인연이 있는 대원들은 등반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침통한 표정이었다. 엄 대장을 비롯한 전 대원은 이날 아침 라마제단 앞에서 제를 올리고 두 사람의 명복을 빌었다.

이런 가운데 18일 아침, 엄홍길 대장을 비롯한 네 명의 대원과 5명의 세르파가 베이스캠프를 출발해 캠프3로 향했다. 5월 말을 등반의 마지노 선으로 잡았을 때, 사실상 처음이자 마지막 정상공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날 아침 엄 대장의 움직임과 때를 같이 해 변성호, 모상현 대원은 캠프4(7800m 예정) 구축 작업에 들어갔다. 캠프3에서 캠프4까지는 로프 작업으로 약 600~700m, 최소한 사흘은 걸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엄 대장은 캠프4가 구축하는 21일경에 두 대원과 합류, 22일~23일 사이에 정상 공격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예정대라면 로체샤르 정상 도전은 엄홍길 대장과 변성호, 모상현 세 사람이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엄대장은 지난 15일 밤 긴급회의를 열어 이번 원정의 정상 공격에 대한 의견을 내놓았다.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엄 대장과 대원들은 ‘세계최대 난공불락’ 로체(8616m) 남벽 도전은 후일을 기약하기로 합의했다. 자연스럽게 로체샤르(8400m) 남벽에 모든 힘과 열정을 쏟아붓기로 한 것이다.

한편, 세르파들은 정상 공격을 위한 모든 장비를 고소캠프로 실어나르고 있다. 고소에서 필수품인 산소마스크와 레큘레이터(Regulater, 산소량 조절기), 산소탱크 3개 세트가 이미 고소캠프에 비축돼 있으며, 여분의 장비와 수면용을 더 운반할 계획이다.

로체 베이스캠프(네팔, 5220m)=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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