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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순이 오기 전에 로체 직벽을 넘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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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로체 남벽은 3㎞가 넘는 직벽과 낙석 때문에 공포의 대상이다. 물자 수송에 나선 셰르파들이 절벽을 오르던 도중 잠시 쉬고 있다. 이들은 해발 5200m 베이스캠프에서 해발 5900m ‘캠프 1’까지 약 1㎏의 물자를 나르는 데 15달러를 받는다.

변성호·모상현 대원(위에서 셋째, 다섯째)이 17일 셰르파들과 함께 ‘캠프 3’으로 접근하고 있다.

베이스캠프를 꾸린 지 48일째인 17일 오후 7시(현지시간) '2007 로체샤르.로체 남벽 원정대(중앙일보.KT 후원, 신한은행.트렉스타 협찬)가 마침내 캠프 3(해발 7400m) 설치에 성공, 정상 공격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엄홍길(47) 대장을 비롯한 대원들은 곧바로 캠프 4(8200m) 설치에 나섰고, 22일이나 23일께 로체샤르(8400m) 정상에 도전키로 했다. 이번 원정대의 처음이자 마지막 정상 공격이다.

'히말라야의 몬순(Monsoon.아라비아해의 습기를 머금은 계절풍)'은 이미 이달 중순께 시작돼 매일 오후면 눈이 쏟아진다. 6월이 되면 모든 클라이머는 '신의 영역' 히말라야를 떠나야 한다.

17일 아침 캠프 2(6800m)를 떠난 변성호(37).모상현(33) 대원은 로체 남벽에서도 특히 까다로운 구간을 지나 7400m 지점에 공간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두 대원은 비박(텐트 없이 노숙하는 것)을 한 뒤 18일 새벽 캠프 4 루트를 개척하기 위해 출발했다.

엄홍길 대장은 18일 오전 한상규.이택건.우성호 세 명의 대원과 함께 베이스캠프를 출발해 21일께 캠프 4에서 두 대원과 합류할 계획이다. 변성호.모상현 대원은 베이스캠프로 하산하지 않고 엄 대장과 함께 로체샤르 정상등정에 나선다. 24일께면 이번 원정의 성패가 드러나게 된다.

베이스캠프를 떠나기 전 엄 대장은 대원들에게 당부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는 간다. 산악인답게 최선을 다하자."

로체=글.사진 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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