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무대서 펼쳐진 '물의 예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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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사람들은 물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도시마다 여러 형태로 물을 도입하여 '친수(親水) 공간'을 조성합니다. 도시 환경에서 물을 접하게 하는 가장 흔한 방식은 분수입니다. 물은 주어진 조건대로 스스로 형태를 짓기 때문에 평평하게 흐르게 하거나, 아래로 떨어뜨리거나, 위로 분출시키는 등 다양한 연출이 가능합니다. 최근 물을 다루는 각종 기술에 힘입어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정교한 조작은 물론 빛.색.소리 등과 결합시키는 사례도 흔히 봅니다.

경기도 안양시 평촌 중앙공원의 분수●3는 바닥에 노즐을 매설해 여러 개의 물줄기가 솟아오르도록 연출했습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물줄기가 음악에 맞추어 다양한 조형미를 형성하며, 때론 어린 아이들이 뛰어들어 놀이와 체험의 장이 됩니다. 야간에는 분수에 빛이 조명돼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볼거리를 보여줍니다.

캐나다 퀘벡시 역 주변 광장의 분수●1는 물과 빛과 조형물이 어우러져 상징성 강한 예술적 경관을 선사합니다. 대형 금속 조형물의 강인함과 유동적인 물의 이질적 느낌이 대비돼 인상적입니다. 야간에는 아래로부터 뿜어 올려진 분수에 붉은빛이 투영돼 마치 용광로 같은 모습을 연상시킵니다. 이는 퀘벡역을 드나드는 수많은 관광객에게 철광산이 많고 각종 광물 자원이 풍부한 퀘벡의 이미지를 심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시카고의 밀레니엄 파크에는 풍자와 유머로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분수●2가 있습니다. 4개의 거대한 스크린 타워에는 익명의 시카고 시민의 얼굴이 시시각각 영상으로 떠오르며, 입 부분에서 물이 직접 분출됩니다. 노즐을 통해 쏟아지는 물줄기가 영상 이미지와 결합하여 뜻밖의 즐거운 효과를 냅니다.

도시의 사람들은 물이 있는 곳으로 모입니다. 물은 다루는 방식에 따라 모습을 달리하기 때문에 분수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계속 변화하는 조형물이 되기도 하고, 비일상적인 경험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물을 매개로 하여 도시공간과 시민이 친화적으로 공존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도시를 활기 있게 하는 일입니다.

권영걸 한국공공디자인학회 회장 서울대 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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