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한 우리막내” 눈물 글썽/5번째 금딴 안한봉가족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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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10년간 새벽기도로 뒷바라지/“떠날때 여비 조금줘 가슴아파”
『장하다,우리막둥이…기어코 금메달을 땄구나.』
올림픽 개막 5일만에 전통적인 메달박스인 레슬링에서도 안한봉선수(24·삼성생명)가 금메달을 획득하는 순간,어머니 김정심씨(59)는 주름진 눈가에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지도 않은채 『우리 막둥이』만 연발했다. 그도 그럴것이 김씨는 안선수를 유복자로 낳아 눈물로 4남3녀를 키웠기 때문.
전남 해남군 해남읍 부호리 안 선수의 낡은 생가에 모인 마을주민 20여명도 「뿌사리」(힘센 황소라는 뜻의 사투리) 한봉이의 승리에 「만세」로 화답하며 얼싸안고 기쁨을 나눴다.
홀어머니를 도와 고생하며 안 선수를 키운 큰형님 한성씨(34)는 『한봉이가 어제 새벽 국제전화를 해 「자신있으니 걱정말라」며 오히려 가족들을 위로했다』며 「큰일」을 해낸 막내의 대견함을 더욱 기뻐했다.
그동안 안 선수가 따낸 메달만도 86년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를 비롯,90년 4개 국제대회 등 각종 국제대회에서 30여개나 된다.
안한봉선수가 레슬링에 입문하게 된 것은 해남중 2학년때인 82년 교내 체육대회에서 체육교사였던 김화진씨(36·광주서구의회 의원)의 눈에 띄면서부터.
김씨는 『당시 체구가 작은 한봉이가 씨름대회에서 덩치가 훨씬 큰 학생들을 모래판에 뉘는 것을 보고 레슬링을 시켰다』며 제자의 승리를 한없이 기뻐했다.
안 선수가 오늘의 영광을 얻기까지에는 손발이 닳도록 7남매를 키운 어머니 김씨의 피눈물나는 뒷바라지가 있었다.
유복자로 자라난 안 선수가 레슬링에 입문한 이후 김씨는 지금까지 10년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마을교회에 나가 새벽기도를 해왔다.
어머니 김씨는 3년전 마을부근 고천암 펄밭이 매립될때까지 낙지·조개등을 채취해 파는 등 가난한 생활속에서도 안 선수를 뒷바라지 해왔다.
『엄마,내년 환갑선물로 꼭 금메달을 따올게』라며 공항에서 손을 흔들던 아들의 「대견함」보다 『논·밭 합쳐 10마지기 뿐인 가난때문에 10만원 밖에 쥐어주지 못한 것이 한이 된다』며 어머니 김씨는 눈물을 그칠줄 몰랐다.<해남=구두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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