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꿈나무] 퓨마만의 사냥터 주고 양떼·소떼 풀었는데 왜 사냥 않고 졸기만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1면

첫번째 인생 교과서
류차오핑 지음, 김락준 옮김, 두리미디어
268쪽, 9800원, 초등 5학년 이상

삶의 기본 자세를 알려주는 책이다. '못한다고 생각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스스로 존귀한 존재가 되자''사람은 평생 배워야 한다'등의 교훈을 전한다. 일면 고지식하고 고리타분한 메시지지만, 이를 다양한 예화에 녹여내 따분함을 잊게 한다.

중국의 가정교육전문가인 저자는 성공 인생의 버팀목으로 '자신감'을 든다. 미국의 철도공사 직원이었던 닉이 그 메시지를 전한다. 어느날 닉이 회사 냉동창고에 갇혔다. 죽어라 창고 문을 두드렸지만 모두 퇴근한 뒤였다. 모든 것을 체념한 닉은 꽁꽁 언 손으로 유서를 썼다. 다음날 아침, 출근한 직원들이 동사한 닉을 발견한다. 그렇지만 냉동창고는 고장난 상태. 줄곧 16.5℃를 유지했는데 얼어 죽었다니! 게다가 거대한 창고 안에는 산소도 충분했다.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먼의 분석에 따르면 닉은 불안감 때문에 죽었다. 자신감을 잃는 순간 스스로에게 사형선고를 내린 셈이다.

동물도 사람에게 교훈이 된다. 멸종위기에 놓인 귀한 동물 퓨마. 페루의 국립동물원에 그 중 한마리를 데려왔다. 동물원 측은 184만 평 규모의 산지에 퓨마만을 위한 생활공간을 마련하고, 양떼.소떼.토끼떼도 풀어놨다. 사람의 눈에는 '퓨마의 천국'처럼 보였다. 하지만 퓨마는 산을 뛰어다니지도, 사냥을 하지도 않았다. 그저 사육사가 주는 먹이만 먹으며 에어컨이 있는 전용 방에서 먹고 자기만 반복했다. 외로워선가 싶어 암컷 퓨마를 구해 우리에 넣어줬지만 소용없었다. 도대체 뭐가 불만이란 말인가. 답은 한 관람객이 찾아줬다. "퓨마는 맹수 아닙니까? 그런데 우리 안에 초식 동물만 잔뜩 있으니 무슨 재미가 있겠어요? " 그 말을 듣고 동물원 측은 표범 세 마리를 퓨마 우리에 넣었다. 곧 퓨마는 변했다. 위용있게 산을 오갔고, 때때로 산꼭대기에 올라 목을 길게 빼고 울부짖었다. 얼마 후 암컷 사이에서 새끼도 낳았다.

저자는 여기서 "경쟁이 없는 안락한 생활은 도전하는 능력도 잃게 만들다"며 "경쟁은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게 하는 에너지"라는 교훈을 끄집어낸다.

나이 든 어른들이 더 무릎을 칠 내용도 많다. 한 68세 할아버지가 영어학원을 찾았다. 학원 직원이 한마디 했다. "최소한 2년은 배우셔야 알아들으실 텐데요. 2년 뒤면 할아버지는 일흔살이세요." 허허 웃으며 내놓은 할아버지의 대답이 걸작이다. "내가 영어를 안 배운다고 해서 2년 뒤에 예순여섯으로 되는 건 아니잖소?" '시작하기에 너무 늦은 때는 없다'는 교훈이다.

이 밖에도 가슴에 새길 만한 교훈이 줄을 잇는다. 분량이 만만찮고 글자도 작은 편이지만, 이 책은 어릴 때 읽을수록 효과가 클 듯 싶다.

이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