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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고난민 220만명/유럽의 새 골칫거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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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하루평균 1만여명 이웃나라로 몰려/독 쿼타제 주장에 영·불선 냉담
2차대전 이후 세계최대 규모로 일컬어지고 있는 유고난민 처리문제를 놓고 유럽전체가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
공포와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는 이들 난민에 대한 인도적 차원의 구호도 문제지만 매일 수천명씩 줄을 잇고 있는 유입난민의 처리문제가 유럽 각국의 심각한 고민거리로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초부터 시작돼 1년이상 계속되고 있는 유고사태로 그동안 발생한 피난민수는 모두 2백2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은 추산하고 있다. 세르비아민병대에 의한 무차별공격에 시달리고 있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인과 크로아티아인이 대부분인 이들 난민 가운데 약 1백80만명은 주거지를 버리고 보다 안전한 곳을 찾아 구유고연방내 다른 공화국 등으로 피신한 사람들이고,나머지 40만명은 살 길을 찾아 독일·오스트리아·헝가리 등 인접국으로 일시 피난한 케이스. 지금도 하루 평균 1만명이 국내외 피난처를 찾아 보따리를 싸고 있다는게 관계자들의 추산이다.
세르비아인에 의한 「인종청소」가 계속되고 있는 보스니아를 빠져나온 난민들로 가장 큰 고통을 겪고 있는 크로아티아의 경우 이미 수용능력의 한계에 직면,더 이상의 난민 유입을 사절하고 있는 실정이다. 크로아티아에 일시거주하고 있는 난민수는 이미 60만명을 넘어섰다.
난민 유입규모는 국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유고사태 이후 지금까지 발생한 전체 국외난민의 절반가량인 20만명이 독일 한 나라에 집중돼 있고 헝가리와 오스트리아에 각각 5만명 정도가 피신해 있다. 스웨덴과 스위스 등에도 비교적 많은 숫자가 유입돼 각각 4만4천명과 1만7천명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유럽의 또다른 대국인 프랑스(1천명) 영국(1천명) 등은 거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국내적으로 극우파의 공격에 시달리고 있는 헬무트 콜독일총리가 다른 유럽국들에 대해 고통의 분담을 호소하고 있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독일은 난민의 쿼타분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영국이나 프랑스 등은 가급적 주거지에서 가까운 국내피난의 원칙만을 되풀이하면서 독일의 주장에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유럽공동체(EC)내에서조차 유고난민 처리문제에 대해 의견통일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유고난민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유엔은 UNHCR 주재로 2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국제회의를 여는 등 뒤늦게나마 사태해결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회의에 초대된 1백70개국 가운데 겨우 31개국만이 회의에 참가한데서도 알 수 있듯이 아직은 유고난민 문제에 대해 무관심한게 국제사회의 일반적 분위기다.<파리=배명복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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