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설치는 「심야올림픽」/TV중계 보느라 밤샘 시민 늘어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아파트촌·피서지 “불야성”/방학맞은 어린이들로 더 관심/24시간 편의점 때아닌 호황… 유흥업소는 울상
서울과 7시간 시차가 있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26일 제25회 여름올림픽이 개막된 뒤 우리선수들이 출전하는 주요경기가 거의 대부분 한밤에 중계돼 초반부터 금메달 소식이 전해지는 바람에 이를 지켜보느라 밤을 새우는 시민들이 크게 늘면서 무더위속 새로운 여름밤 풍속이 생겨나고 있다.
아파트단지는 물론 관광지·역대합실 등에서까지 중계방송을 시청하느라 밤새 불을 켜 전력소비량이 급증했는가 하면 여행길 시민들이 차편을 놓치기도 하고 일부 가정에서는 어린이들이 뜬 눈으로 밤을 새우고 낮시간에 잠을 자려들어 어머니들이 애를 먹는 등 갖가지 소동이 벌어진다.
일부 직장에서는 『어제도 밤을 새우셨습니까』라는 아침인사를 나누기도 하고 충혈된 눈으로 낮근무에 지장을 받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으며 24시간 영업을 하는 편의점이 때아닌 호황을 만난 반면 술집·카페 등은 가뜩이나 손님이 적은 휴가철에 그나마 손님이 끊겨 울상을 짓는 등 명암이 엇갈렸다.
◇밤샘 열기=전병관선수가 금메달을 딴 28일 새벽 서울 반포3동 한신아파트단지에서는 1천2백여가구중 5백여가구가 불을 밝힌 채 전 선수의 승리를 지켜보았고 중계방송이 끝나자 하나둘 불이 꺼졌다.
같은 시각 서울역대합실에선 3백여명의 시민이 대형 TV앞에 둘러서서 이 장면을 지켜보다 전 선수가 금메달을 획득하자 『장하다』며 환호성을 올렸다.
서울역 역무계장 송치웅씨(50)는 『올림픽개막이후 대합실에서 TV시청에 열중하다 열차시간을 놓치는 새벽승객이 자주 생기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심야중계 시청열기는 피서·관광지에서도 마찬가지.
한전측은 「밤샘족」들의 급증으로 26일 대회개막이후 새벽의 시간당 전력소비량이 평소보다 50만∼1백만㎾가량 늘어난 1천3백만∼1천3백50만㎾에 이르고 있다고 밝혔다.
◇업소 명암=서울 서초동 L편의점의 경우 주류·안주류의 판매량이 올림픽개막 이후 3배가량 늘었다.
판매원 김종욱씨(22)는 『새벽 1시쯤부터 손님이 뜸해지는게 보통인데 올림픽방송이후 새벽 1∼3시에 손님이 몰리고 있다』며 『맥주·소주 등 주류와 땅콩·오징어·김밥 등의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반면 TV시청을 위한 귀가로 역삼동 D카페의 경우 최근 매상이 평소보다 50% 가량 줄어드는 등 강남일대,이태원동의 유흥업소가 눈에 띄게 한산해졌다.
회사원 김동식씨(28·서울 상계동)는 『올림픽관전 때문에 눈이 충혈돼 출근하거나 지각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며 『일부는 출근뒤 곧바로 인근 사우나로 달려가 부족한 잠을 보충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