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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전쟁에서 이기자(6)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2차대전 후 월터 리프먼에 의해 유행되기 시작한 「냉전」이란 용어는 이제 사라졌다.
부시 미국 대통령과 옐친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 손을 맞잡고 대규모의 전략 핵무기 감축안에 합의했다.
국방비도 감소되고 있다.
미국의 국방비는 80∼85년 기간 중 연평균 6.7%의 증가율을 나타낸 반면, 86∼90년에는 13%의 감소를 보였다.
소련도 87년에 비해 90년에 국방비가 53%나 줄었다.
바야흐로 해빙기의 아침이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탈냉전 과정에서 우리 눈앞에는 선진 각국들의 기술 패권주의의 불꽃튀는「기술전쟁」이 새로 전개되고 있다.
기술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치열한 경쟁이 현재 새로운 역사의 장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따라서 냉전 종식과 더불어 시작된 신세계 질서에서 생존하려면 기술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인식과 각오가 있어야겠다.
먼저 군사·외교 중심의 안보개념이 기술력·경쟁력에 바탕을 둔 안보 개념으로 바뀌고 있다.
군축은 인력·재래무기 등 양적 군비 경쟁에 주로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오히려 첨단무기 중심의 질적 군비경쟁은 더욱 심화되고 있는 형편이다.
『기술은 불확실한 전략적 미래에 대한 가장 확실한 담보며, 앞으로 닥칠지 모를 안보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가장 유용한 수단이다.』 미국 카네기 위원회의 보고 내용이다.
이 같은 인식은 첨단무기와 기술개발에 필요한 국방연구 개발투자의 수치가 단적으로 뒷받침해주고 있다.
전체 국방비의 절대액 감소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동안 미국의 국방연구 개발투자는 80%나 증가했다.
다른 나라들도 예외는 아니다.
전년대비 국방 연구개발투자(90년)를 보면 ▲ 이탈리아가 14% ▲ 프랑스 13.3% ▲ 일본12.1% ▲ 영국 10.8%가 늘었다.
더욱 주목할 것은 냉전시대의 산물인 국방기술을 산업기술 기반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다.
지금 미국은 일본·독일에 뒤떨어진 산업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대대적인 민군겸용(dua1-use)기술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첨단 항공·우주·군사기술의 민생기술화 정책이 성공할 경우 세계 기술 전쟁의 판도를 바꿀 것이라는 자신감에 차있다.
소련 등 동구권 국가들은 「대포보다 버터」를 얻기 위해 과감한 민수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걸프전의 첨단무기에 사용된 93종류의 반도체 중 92종은 일제, 나머지 1종류도 일본계 영국기업의 제품일 정도로 막강한 수준의 산업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제는 군사기술 전쟁마저 제패하려는 야심찬 계획을 진행시키고 있다.
이같은 국가의 생존을 건 「기술전쟁」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가기술 혁신 체제를 대폭 변혁시켜야 한다.
국방예산 중 연구 개발비의 비중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국방력과 기술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정교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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