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비단「3난현상」몸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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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역사와 전통의 진주비단이 사활의 기로에 서있다.
만성적인 인력·자금·원자재난 등 이른바 3난 현상과 값싼 중국비단의 덤핑 수출로 국제경쟁력이 떨어지고 내수판매 부진으로 채산성이 악화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원자재인 생사가 수입 감시 품목으로 지정돼 있는데다 국내생사의 수급도 원활치 못해 생사 부족현상이 날로 심각해지면서 각 기업의 가동률이 떨어지고 있다.
진주 상평 공단에 입주, 가동중인 1백12개 견직물 업체의 연간 생산량은 줄잡아 4백80억∼5백억원.
이는 우리나라 전체 비단 생산량의 80%나 되는 규모여서 진주 견직업체가 몸살을 앓는다면 그 영향은 국내 견직업계 전반에 미치게 마련.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는 생사는 전체 수요량의 25∼30%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거의 국내산에 비해 질이 떨어지는 중국산을 수입해 쓰고 있으나 이마저 내수용 수입은 허용치 않고 있다.
게다가 한국생사 수출조합이 일괄 수입, 공급하는 수출용 생사도 수입가격이 kg당 38달러인데도 「생사안정 자금 적립 등 국내잠업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국내 공급 가격을 kg당 63달러로 올려받는 바람에 국제 경쟁력도 떨어지고 있다..
이에따라 각 업체들은 최근 내수부문에서 활로를 찾으려 하고 있으나 구매력이 일지 않는데다 자칫 덤핑 등 유통질서 문란과 장기 어음결제 등으로 인한 판로상의 문제도 예상돼 진주비단의 경기 전망은 비관적인 상황이다.
◇ 가동실태 = 진주 상평 공단의 11개 수출업체를 제외한 1백여개 업체의 최근 평균가동률은 55%로 지난해 이맘때의 평균가동률 62%에 비해 7%포인트가 떨어진 수준.
특히 중소기업들의 경우 올들어 전반적인 경기침체의 여파로 내수판매가 부진해 가공 불량이 재고로 누적되면서 돈이 돌지않아 극심한 자금난까지 겹치는 바람에 10여개 업체가 조업을 중단, 문을 닫았으며 이같은 추세는 올 하반기에도 계속될 전망.
이러한 가운데 일부 중견업체들은 무리하게 풀가동을 고집하면서 내수판매 부진을 수출부문쪽으로 돌려 활로를 찾고 있으나 경쟁국들에 비해 수출단가(야드당 7∼15달러)가 낮아 마진율이 계속 떨어지는 데다 연10∼15%의 임금 인상 및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손익분기점에도 못미쳐 사실상 출혈 수출에 허덕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 문제점 = 정부가 85년 사양길로 접어든 진주비단의 명성을 되살리기 위해 진주 견직물을 특화 산업으로 지정, 8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비단 경기가 활기를 띠었으나 90년이후 현재까지 경기가 계속 곤두박질하고 있다.
특화산업 지정만 해놓고 국제 경쟁력에서 이겨 낼 산업기반 구축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
현재 진주비단 업계에 설치된 직기는 모두 2천5백여대.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구형 노후직기를 품질 향상을 위한 최신 자동직기로 바꾸려면 2백억원의 산업합리화 자금이 필요한데도 정부가 그 동안 특화산업 육성에 따른 설비 자금을 한푼도 지원해 주지 않아 양질의 생산체제가 이뤄지지 못했던 것.
이 때문에 최근엔 국내 임가공료(야드당 3달러)에 불과한 값싼 중국비단이 마구 수입돼 진주비단의 내수시장을 혼란에 빠뜨리는 데다 원사 구입에서 제조 및 출고 - 도매상 - 소매상 - 소비자 등 5단계의 유통과정을 거치는 동안 대금 결제기간이 1년이나 걸려 만성적인 자금난을 겪는 것도 문제점이 되고 있다.
게다가 노후직기 가동에 따른 기능인력 부족도 심각한 현상.
현재 비단업계의 고용인원은 총 2천3백40명에 고용률이 90%에 머물러 필요 인원의 10%가 부족한데도 대부분의 기업들이 채산성이 계속 악화되는 데다 비단 경기의 비관적인 상황에 따라 기능공의 자연감소분마저 충원하지 않고 있다.
◇ 대책 = 업계는 대부분의 업체들이 직기 1백대 이하의 영세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따라서 자력으로 품질향상을 위한 신·증설 등 설비투자가 어려워 최신 자동직기 개체에 따른 산업합리화 자금의 지원을 당국에 건의해 놓고 현실에 맞는 정부의 무역 금융지원·금리인하·세제혜택과 원자재 수급 및 가격 안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연간 1천1백만 야드의 생산량 중 현재 30%선에 머무르고 있는 수출물량을 대폭 늘리고 적자폭을 줄이기 위해 기업마다 네고기일 단축과 조기선적으로 경비를 절감하고 비 쿼타지역 우회 수출시장 개척, 생산품목 다양화 및 고급화 등 자구책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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