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앞둔 연세대 송자 새 총장(일요 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무시험 전형 아직은 사견”/본고사없이 우수생 확보 가능/대학도 이제는 전문경영 필요
대학의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사회와의 유대도 넓어지면서 총장의 「자격요건」도 달라져 학식과 덕망 못지않게 안으로는 살림을 규모있게 꾸리고 밖으로는 학교 발전에 필요한 기금을 끌어오는 솜씨가 요구된다.
이런 점에서 지난 14일 연세대 새총장으로 선임된 송자교수(56·경영학)에게 연세대 사람들이 거는 기대는 크다. 경영 전문가인데다가 기획력과 추진력이 뛰어나고 재계 등에 발이 넓어 경영시대의 사립대 총장으로 가장 어울리는 인물이라는 평을 들어왔기 때문이다. 취임식(8월3일)을 앞두고 대학발전 구상에 골몰해 있는 송 신임총장을 23일 연세대 상경대 건물 302호 교수 연구실로 찾아가 만나봤다.
­총장선임 직후 앞으로 무시험 전형으로 신입생을 선발하겠다고 말씀하신데 대해 수험생 및 학부모들의 관심이 큽니다.
▲지난 50년대 우리 대학의 무시험 신입생 선발경험으로 보거나 미국의 예에서 보더라도 굳이 어려운 본고사를 치르지 않더라도 우수한 학생을 뽑을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취임후 교내에 「입시제도 연구위원회(가칭)」를 설치,우리 실정에 가장 적합한 방안을 마련해 교육부의 입시 자율화 스케줄에 따라 가능한한 빨리 시행하겠다는 것 외에는 아직 구체적인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개인적인 복안은 있을 것 아닙니까.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내신과 대입수학능력시험 성적 두가지만 전형 자료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이때 내신평가는 대학 나름의 자(척)가 필요하겠지요. 고교간 실력격차가 엄존하는 현실 상황에서 A고의 1등급과 B고의 1등급을 무조건 같은 수준으로 볼 수는 없지 않습니까. 이를 위해 교내에서 프로 야구단의 신인 스카우트 전문부서와 같은 성격의 입학담당 전문부서를 상설 운영해 이 부서의 전문가들이 지역별로 각 고교의 학업수준과 우수생 동태 등을 지속적으로 관찰한 뒤 같은 내신등급의 지원생이라도 소신에 따라 차등 점수를 주는 등의 방안이 검토될 수 있을 겁니다(송 신임총장은 이 대목에서 몇번이나 사견임을 강조했다).
­서울대의 경우 내신에 대한 불신과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변별기능에 대한 회의로 95학년도 입시부터는 오히려 본고사를 강화하는 쪽으로 간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만.
▲서울대는 서울대,연대는 연대입니다. 자율화 시대인 만큼 각 대학이 알아서하면 되는 것이죠. 제가 학생들을 지도한 경험으로는 고교내신이 대학학업성적과의 상관계수가 가장 큽니다. 학력고사 우수생은 대학에서 반드시 우수생이 되지는 않았으나 고교 3년간 꾸준히 공부잘한 학생은 거의 예외없이 대학에서도 우수생이었습니다.
­입학담당자에 대한 로비 등 새로운 부작용은 없을까요.
▲있을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극히 일부의 비정상적인 행위를 우려해 절대다수에게 바람직한 일을 하지 못한대서야 말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신임 총장께서 표방하신 「프로에 의한 대학경영」 슬로건이 상당한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경영을 잘 아는 전문가로서 앞으로 대학을 어떻게 꾸려가실 생각이십니까.
▲우리 연대만 해도 학생수가 2만명이 넘고 연간 예산규모가 5천억원에 이르는 거대한 조직입니다. 이런 조직을 책임지는 사람이라면 「대학=상아탑」이라는 낡은 생각에서 벗어나 경제를 알고 경영을 아는 사람이라야 한다는 겁니다.
­이 모든 것은 결국 「돈」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사학의 재정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연대라고 예외는 아닐텐데 재원 확보방안은 있습니까.
▲물가 상승률에 연동하는 등록금으로 경상운영비를 충당하는 수준이며 대학의 연구·교육 여건 개선에 투자되기를 기대할 수 없지요. 대학교육협의회 활동을 통해 정부 지원금 확대와 조속한 기여입학제의 시행을 촉구하는 한편 각 기업으로부터 지원금을 끌어오고 동문 조직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모금활동에 나설 계획입니다(송 신임총장은 최근 4년간 재계 등과의 폭넓은 인간관계를 이용,2백50억원을 모금하는 등 이 방면에서 이미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강의평가제·대학 및 학과평가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평가가 없으면 발전이 없습니다. 「사람이나 조직은 기대 받는대로 행동하는게 아니라 점수 받는대로 행동한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세계는 바야흐로 국경없는 경제전쟁에 돌입,각 기업을 첨병으로 내세워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신병훈련소라할 대학만 보호막속에서 잠을 자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강의 평가제의 경우 전통적 정서를 고려,「학생에 의한 교수평가」에 초점이 맞춰져서는 안되고,대학 및 학과평가제의 경우도 대학 특성을 무시한 채 획일적인 자(척)를 들이대려 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송 신임총장은 연대 상경대를 졸업하고 미 워싱턴대에서 경영학박사 학위를 받은후 76년부터 연대교수로 재직하면서 재무처장·기획실장·교수평의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의사인 부인 탁순희여사(55)와 2녀. 그는 인터뷰 끝에 자신의 이름을 「자(노나무 자)」로 읽어달라고 부탁했다.<김동균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