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습 드러낸 북한 체조영웅|체조요정 김광숙 환상연기 심판들 탄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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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역시 김광숙(17)이었다. 북한임원들이 지난 4월 김광숙의 파리 세계개인체조선수권 불참이유로 밝힌 「체중증가」는 연막이었음이 드러났다.
김광숙은 22일 보도진들에게 처음 공개한 포디움 트레이닝(실전용 기구로 1시간 제한시간동안 실전훈련 하는 것)에서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환상의 「광숙테크닉」으로 금메달 전선에 이상이 없음을 과시했다.
김광숙은 이날 연기에서 예의 날렵한 몸매(1m34cm·28kg)와 깜찍한 애크로배틱성 연기로 마침 강습차 참관중이던 각국 심판들로부터 「이단평형봉은 아직도 김광숙」이라는 찬사를 들었다.
국제체조계에서 「광숙돌기(SALTO)」란 고유명사로 명명된 「광숙테크닉」은 김광숙이 지난해 이 종목에서 만점우승을 따낼 때 처음 공개한 최고급 D난도 신기술.
드가체프(공중에서 몸째 크게 돌다 손떼며 상체 1백80도 엎어 윗봉잡기)에서 곧바로 드가체프오버(드가체프보다 1백80도 더 엎는것)로 연결시키는 환상의 곡예연기도 감히 다른 선수가 흉내내기 힘든 난도다.
그러나 김광숙은 여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샤링 5백40도 돌기(대차돌며 손바꿔 5백40도 틀기)까지 연속동작으로 성공시켜 관전자들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했다.
이날 김광숙의 「포디움」을 지켜본 안세옥(안세옥·체조협회 여자기술위원장) 심판은 『광숙의 테크닉만도 보너스 최고한계인 +0.4점이 주어지며 여기에 드가체프 +0.1점과 샤링 5백40도 돌기의 0.2점까지 합산하면 누구도 김광숙을 능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광숙의 발굴코치로 지난해 체육훈장까지 받았다고 밝힌 국제심판 한춘희(54)씨는 『광숙이가 지난해 세계선수권 우승 후 김정일 등 지도층의 잦은 파티에 초청돼 연습에 소홀했던 것은 사실이나 지난 봄부터는 올림픽에 초점을 맞추고 강훈하느라 국제대회를 피해왔던 것』이라고 밝히고 『큰 실수만 없다면 금메달은 낙관한다』고 친분있는 안씨에게 말했다.
이날 북한은 또 지난 90년 북경아시안게임 평균대 우승 후 국제무대에서 홀연히 자취를 감췄던 이춘미(16)가 마루운동 포디움에서 이곳 민요인 『베사메 무초』의 반주에 맞춰 열연, 자원봉사자 등 바르셀로나 시민들의 열화같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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