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못추는 '수출 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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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지난해 세계 190여 개 국의 평균 수출증가율(전년대비)은 16.0%였다. 이 기간 한국 수출은 14.4% 늘었다. 수출대국 한국이 2년 연속으로 세계 평균 수출증가율에도 못 미치는 실적을 냈다.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 1분기 한국의 일본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 줄었다. 반면 일본 시장에서 맥을 못 추던 미국의 수출은 6.5% 늘었다.

무역업계 관계자들은 그 이유를 '급전직하하는 환율 때문'이라고 말한다. 무역업계는 이미 출혈수출 중이다. 한 무역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받아놓은 수출주문을 컨테이너마다 15만~20만 달러 손해를 보며 수출하고 있다"며 "위약금을 물고라도 수출을 중단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문을 따온 뒤 수출보험공사 등에서 빚을 얻어 물건을 만들어 놓은 상태라 물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한세무역 임승종 이사는 "작년까지만 해도 해외 시장에서 일본 업체에 7대 3 정도로 이겼지만 올 들어서는 9대 1로 지고 있다"며 "정부가 달러당 950원 정도의 환율은 지켜줄 줄 알았다"고 말했다. 무역협회가 지난달 수출업체 776개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선 셋 중 둘(66.4%)이 '달러 환율이 930원대 초반이면 올 수출은 감소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미 930원대는 깨졌다.

업계에선 "이대로 가면 한국 수출은 망한다"고 입을 모은다. 무역협회 윤재만 무역진흥팀장은 "외환 관리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며 "기업들은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을, 정부는 무역 혹은 사회간접시설 건설 등과 관련된 해외 차관 규모를 늘리는 등 해외 자본투자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했다. 정부가 올 1월 각종 해외 투자 관련 규제를 푼 뒤, 해외 부동산과 증권 투자는 늘고 있으나 자본투자는 뚜렷한 실적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반면 홍순영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지금의 원화 강세는 비정상적 상황이라는 점에서 환율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꺾는 단기 처방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엔화와 달러화를 사들이는 등 단기적인 개입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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