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를 닮은 TV, TV를 닮은 PC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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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거실에 있는 TV와 방 안에서 주로 쓰는 PC가 서로 닮아가고 있다.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인터넷 검색과 엔터테인먼트를 즐기려는 소비자의 욕구에 발맞춰 TV와 PC가 서로의 장점을 접목한 결과다.

'2007 HP 모빌리티 서밋'이 열린 지난 9일 중국 상하이의 로열 메리디앙 호텔. HP의 테드 클락 수석 부사장이 들고 나온 새 노트북 PC인 '드래곤'은 LCD TV처럼 초고화질(풀HD급)이었다. 화면 크기도 20.1인치로 지금까지 나온 노트북 중에서 가장 컸고 PC를 조작하는 리모컨을 아예 본체에 부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클락 부사장은 "드래곤은 홈 시네마 기능과 데스크톱 PC의 기능을 하나로 통합하겠다는 목표로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PC의 진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LG전자는 노트북 커버에 소형 액정 화면과 버튼을 부착한 '엑스노트 R200'을 하반기부터 시판할 계획이다. 액정화면과 버튼을 조작하면 윈도 운영체제를 시동하지 않아도 내부에 있는 멀티미디어 파일 등을 열 수 있다.

삼성전자와 한국HP는 각각 'AV스테이션'과 '퀵 플레이'라는 기능을 노트북에 채택했다. 전원 버튼을 켠 뒤 사용할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PC의 약점을 보완한 것이다. 한국HP의 이홍구 부사장은 "이용자 입장에선 얼마나 빨리 쉽고 편하게 콘텐트를 즐기느냐가 중요하다"며 "이런 요구에 맞는 기능과 성능을 갖춰야 노트북PC가 홈 엔터테인먼트의 중심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TV도 PC의 장점을 받아들이고 있다.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가 내장돼 방송 프로그램을 녹화할 수 있는 LG전자의 타임머신 TV는 지난해 국내외에서 50만 대가 팔렸다. 올해는 200만 대를 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32인치 이상 평판 TV의 연결용 단자를 2개에서 3개로 늘렸다. 다른 기기와 동시에 더 많이 연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 벽걸이형 TV의 화면 각도를 리모컨으로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이용자가 TV를 보기 위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자세를 바꿀 때도 TV 화면을 움직일 수 있도록 했다는 게 삼성전자 측의 설명이다. IPTV(인터넷TV) 서비스가 시작되면 TV는 인터넷 세상과 연결된다. TV에서 홈쇼핑을 보면서 리모컨을 눌러 물건을 사고 신용카드 결제를 하는 기술도 나왔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은 TV 화면과 함께 검색 가능한 단어를 동시에 보여주는 IPTV용 검색 기술을 개발 중이다. 동영상 포털 '곰TV'를 운영하는 그래텍의 배인식 사장은 "PC와 TV가 기본적인 틀은 유지하면서 앞으로 서로의 장점을 더 많이 접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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