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부­마피아 전면전 임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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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마약범죄에 「단속의 칼」 빼들며 공세 이 정부/정치인과 「밀월」깨며 잇단 테러 반격 마피아
이탈리아 마피아는 지난 5월과 지난 19일 두사람의 마피아 전담판사를 살해했다.
마피아는 또 4월 총선을 한달 앞두고 이탈리아 집권 기민당과 마피아의 연계를 담당해온 것으로 알려진 살보 리마 유럽의회 의원을 살해했다.
마피아가 올들어 이처럼 주요 마피아전문 수사담당자들과 거물정치인을 살해한 것을 두고 사람들은 마피아가 국가를 상대로 전쟁을 선포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마피아의 뿌리는 아주 깊다. 특히 2차대전후 마피아는 정계와의 연계를 통해 착실히 성장,이탈리아 사회구조의 한 부분이 될 정도로 성장했다.
정치인들과 마피아의 관계는 이탈리아 남부지방 유권자의 4분의 1에 달하는 4백만명(전국 유권자의 10분의 1)의 투표를 좌우할 수 있는 마피아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마피아는 부패한 지방관리들과 결탁,지방정부가 발주하는 각종 건설공사를 따내고 상점허가 등 각종 인허가업무에 개입,개인 사업자들로부터 정기적인 「보호비」를 갈취하는 방법으로 막대한 이득을 취해왔다. 이런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마피아는 지방관리들의 임명에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는 중앙정치인들에게 선거때마다 표를 몰아주는 것이다.
마피아와 정치와의 이같은 「밀월관계」는 마피아를 전통사회의 유산쯤으로 여기는 국민들의 관대한 의식에 힘입어 70년대까지 유지될 수 있었다. 그러나 70년대 후반 이탈리아 마피아가 미국 마피아와 손잡고 마약거래에 손대기 시작하면서부터 밀월관계는 깨지기 시작했다.
마피아 조직간에 막대한 이익을 보장하는 마약시장의 주도권 다툼이 벌어지면서 살인범죄가 급증,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마약범죄 퇴치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하는 미국 정부의 종용으로 이탈리아 정부가 마피아 단속에 나서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지난 5월 피살된 팔코네판사는 80년대에 걸쳐 거물 보스를 포함한 3백38명의 마피아 단원들을 체포하는 큰 성과를 올리게 된다.
마피아가 집권당의 거물 정치인을 암살한 것은 80년대를 거치면서 이제 마피아가 정치권과의 직접적인 연계가 필요하지 않음을 선언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같은 변화는 지난 4월 총선때 처음 도입된 새 투표방식에 따라 마피아가 과거와 같은 선거부정을 저지를 여지가 크게 줄어든 것도 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수백년의 전통과 이탈리아 국내총생산(GDP)의 15∼20%에 상당하는 수입을 올리는 경제력,1만5천명의 「전사」와 10만여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것으로 알려진 마피아는 시칠리아·캄파니아·칼라브리아 등 이탈리아 남부지역을 확고하게 장악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영향력을 전국적으로 확대시키고 있다.
마피아는 유권자들에 대한 영향력으로 볼때 이탈리아에서 네번째로 큰 「정당」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런 마피아에 대해 이탈리아 국민들은 위기감을 느끼며 정부에 근절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여 마피아와 이탈리아 당국의 전면전은 불가피하게 됐다.<강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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