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토 채취로 지리산 "신음"|산청·함양군 일대 채굴허가 남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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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고령토 채굴허가 남발로 국립공원 지리산일대 산림·자연경관이 무참히 파괴되고 있다.
양질의 고령토를 채굴한다며 불도저등 중장비로 이곳저곳을 파헤쳐 산허리가 잘려 나가고 울창하던 아름드리 소나무 숲이 사라진 자리에는 황토가 벌겋게 드러나 볼썽 사나운 산으로 변해가고 있다.
생채기가 특히 심한 곳은 자연경관이 빼어난 경남 산청·함양·하동군 일대의 기슭. 산청군의 경우 산청읍을 비롯해 금서·생초·오부·신안·단성면 일대에 들어선 20여개의 광산이 산을 마구 파헤쳐 망쳐놓고 있으며 P광업 광구인 금서면 향양·수철리 일대는 마을 뒤편에서 시작해 해발 8백여m의 속칭 쌍재 산봉우리까지 복구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만들어 놓았다.
또 산청군 금서면의 경우 D광업이 고령토를 캐내면서 훼손시킨 1만7천여평의 산림을 그대로 방치해 곳곳에서 토사유실 현상이 일어나 산사태 위험을 안고 있는 가운데 경호강을 오염시키고 강바닥을 메워 인근 농경지에 대규모 범람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게다가 포클레인등 중장비에 사용한 연료 드럼통·디젤 엔진오일·베어링용 그리스통 등을 마구 버려 흘러나온 폐유가 국도변·계곡을 뒤덮는 등 곳곳이 더럽혀지고 있다.
허가된 고령토 광구는 산청군의 경우 모두 1백72곳으로 전체 산림면적 6만2천1백85ha의 절반에 가까운 3만여ha의 산에서 연간 18만5천t의 고령토를 캐내고 있다.
또 연간 10만t의 고령토를 생산하는 함양·하동·합천군 지역도 39개 광구 주변 22ha의 산림이 훼손되고 있다.
지금까지 고령토 채굴 후 복구되지 않은 채 방치돼 있는 산림은 모두 4만여ha가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 등 해마다 훼손면적이 크게 늘고 있다.
이에대해 경남도 관계자는 『그동안 자원개발 측면에서 산림법이나 자연환경보전법보다 광업법이 우선 돼 업자들의 광업권 허가요청을 거절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그러나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고령토 광산이 대부분 노천광산이어서 대규모 산림훼손이 불가피한데다 원상복구기간도 수십년이 걸리는 등 문제가 많아 산림보전과 자연보호를 위한 특별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령토는 시멘트·농약·화장품·도자기·타일등의 원료와 제지·고무 공업제품의 첨가물로 널리 쓰이며 국내수요를 충족시키고도 연간 1백만달러의 수출고를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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