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성장속도 둔화/일경신문 하반기 아시아경제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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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일 불황 영향받아… 대선정국이 변수/중국 개방정책 가속 대만·홍콩 “활황”
올 하반기 아시아경제는 선진국에서 불황이 계속되는 것과 달리 안정적인 성장을 계속할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일본경제)신문이 전망했다. 특히 중국은 개방정책이 가속화돼 대만·홍콩 등과 함께 활황이 계속될 것 같다. 반면 한국·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은 일본의 불황영향을 받아 성장속도가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가운데 경기가 바닥에 이른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는 회복기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은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내다본 올 하반기 아시아경제 전망이다.
◇호황 계속=당분간 호경기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국가는 중국·홍콩·대만이다. 중국은 지난 2월 최고실력자 등소평이 남부지역의 경제특구를 시찰한뒤 개방무드가 전국적으로 확산돼 각 지방정부가 개발계획을 앞당겨 실시하고 있다. 상반기 공업 총생산액은 전년동기보다 18%가 증가,89년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중국 정부대변인은 지난주 등소평의 뜻을 받들어 올해 경제성장률목표를 연초의 6%에서 9∼10%로 상향 수정했다.
그러나 이같은 경기 과열이 정치문화화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현재의 공공사업 및 민간투자급증과 재정투자 확대가 인플레로 이어질 경우 이에 대한 지도부의 정치적 책임문제가 뒤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과 경제적 유대가 깊은 홍콩과 대만에서는 중국의 활황으로 대중무역이 활발해져 연말까지 확대기조가 지속될 것 같다. 홍콩 한센은행은 올해 홍콩의 성장률을 연초의 4.5%에서 5.5%로 상향 수정했다. 신공항건설 등 대규모 산업기반정비계획이 시작돼 투자가 활발할 전망이다. 불안요인은 10% 전후로 예상되는 인플레다.
대만은 올해도 작년과 같은 7%대의 성장이 예상된다. 올해 1·4분기의 홍콩 경유 대중국 간접수출은 전년동기보다 35%나 증가했다. 1·4분기중 대만내 민간투자도 전년동기보다 6.7% 늘었다. 국가건설 6개년계획도 본격화돼 대만의 경기를 지탱해줄 것으로 보인다.
◇바닥 탈출=싱가포르 경제는 작년 후반부터 경기가 감속기조에 들어갔다. 국민총생산(GNP)의 경우 올 1·4분기는 전년동기에 비해 5.1%,2·4분기는 4%대 후반으로 떨어졌다. 미일 등의 생산조정영향을 받아 전자·전기제품수출 신장률도 크게 둔화되고 있다. 싱가포르 달러가치 상승도 수출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싱가포르통화청(MAS)은 올해 성장률을 연초 5∼7%에서 4∼6%로 하향조정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정부에 의한 소비억제·인플레대책 등으로 국내 자동차판매가 크게 감소하는 등 경기가 바닥에 이른 감이다. 90년 9.8%,91년 8.8%로 계속되어온 고도성장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올해는 7%대로 성장률이 떨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경기가 바닥에 이르렀다는 판단이 확산되면서 서서히 바닥에서 탈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미수출은 소폭이나마 증가기조로 바뀌고 있다. 일본흥업조사부는 『싱가포르·말레이시아의 경우 다른 아세안 국가들보다 산업이 고도화돼 경기회복도 빠를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경기둔화=한국은 연말에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어 하반기 경제는 정국과의 관계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GNP성장률은 전년동기보다 7.4% 증가,작년 8.4%보다 1%포인트 낮아졌다. 총수요 억제책으로 민간 설비투자와 건설투자의 신장률도 작년보다 큰 폭으로 둔화되고 있다. 그 대신 물가도 안정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하반기에 7.2%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한국정부는 현 단계에서 하반기에도 총수요 억제책을 계속 쓸 생각이나 선거가 다가오면 수요억제책을 완화할 가능성이 있다.
태국·인도네시아도 모두 경기가 둔화될 기미다. 태국은 지난 5월 정변으로 관광수입이 감소되고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그후 다행히도 자본유입은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성장률은 지난해의 7.9%보다 약간 뒤진 7%대가 될 전망이다.
인도네시아는 올들어 수출이 증가세를 보이지만 수입은 투자위축으로 감소,국제수지가 개선되고 있다. 정부는 외자도입규제완화 등 경기부양책을 쓰고 있다. 그러나 성장률은 전년동기 6.6%보다 1%포인트전후 둔화될 전망이다.<동경=이석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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