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씨 90년 해외추방 될뻔/월간중앙 「레만호 계획」 독점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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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월간중앙』 8월호는 전두환 전대통령과 정호용의원에 대한 직·간접 인터뷰를 통해 이들과 육사동기생(11기)이자 40년 친구사이인 노태우대통령과의 은원관계와 숨겨진 비화를 특종 보도했다. 전두환 전대통령의 측근들은 특히 노 대통령의 6공정권이 「레만호 계획」이라는 이름아래 전 전대통령을 스위스의 레만호로 사실상 추방(망명)하려고 시도했었다고 밝혀 주목을 끌었다. 또 정 의원은 단독인터뷰에서 『노 대통령이 각서까지 써놓고 나를 핍박했다』며 『당이든 내각이든 다시는 노 대통령과 관계를 맺고 싶지 않다』고 말해 앙금이 여전히 가라앉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월간중앙』의 관련기사중 주요대목을 소개한다.
◎“신변보호 어렵다” 회유·압박/청와대
○…6공측은 두차례에 걸쳐 전 전대통령을 해외에 내보내려 했다. 한번은 전씨의 백담사행(88년 11월23일) 직전이고 두번째는 국회증언(89년 12월31일)후 전씨측이 연희동 귀환을 추진하던 90년 무렵이다.
88년말의 권유는 『여소야대 국면에서 전씨를 보호하려다간 노 대통령이 궁지에 몰려 둘다 죽게된다』며 해외망명을 「고려」해보라고 유도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두번째 권유는 이보다 강도가 높아진,연희동측 시각으로는 사실상의 「공작」이었다(스위스서부 프랑스와의 국경지대에 있는 레만호의 주변에는 제네바·로잔 등 경치좋은 도시들이 여럿 있다). 「레만호 계획」은 전씨의 출국방법(백담사에서 헬기로 김포공항까지 이동)과 해외망명후 보지(스위스 레만호부근 모처) 등의 시나리오를 담고 있었다. 6공측은 『추운 백담사에서 고생 그만 하시고 외국에 편히 계시다 국내가 조용해지면 돌아오시라』는 회유와 『더이상의 신변보호는 어렵다』는 압박작전을 동시에 구사했다. 당시 전씨의 측근들은 행여 전씨의 마음이 약해져 「해외여행」을 결심할까봐 노심초사했으며,일부는 6공쪽에 『만약 전 전대통령이 해외행을 결심하면 전씨와 6공의 공작책임자를 모두 쏴죽이겠다』는 극언까지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사자인 전 전대통령은 이에 대해 『전임 대통령들의 불행한 전철을 밟지 않겠다. 재임중 죽어 나가지 않는 것이 박정희 전대통령의 전철을 밟지 않는 것이고,퇴임후 해외망명 하지 않는 것이 이승만 전대통령의 전철을 밟지 않는 것이다. 죽어도 여기서 죽고,감옥가도 여기서 가겠다. 해외엔 못간다』고 측근들에게 말했다.
○…노·전화해를 위해 노 대통령측에서 지난해부터 정원식총리,노신영·김정렬 전총리,안교덕청와대민정수석,서의현조계종총무원장,김정례 전의원 등을 연희동 전씨집에 보냈으나 전씨의 반응은 냉담했다.
전씨측은 노 대통령에 대해 ▲앞에 한말과 뒤에 한 말이 다르고 ▲말과 행동이 다르고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현직 대통령이 사가(전씨 집)를 방문한 전례가 없다』는 논리가 6공쪽에서 제기되자 전씨측은 『87년 대통령선거무렵 전 대통령은 노태우후보집을 비밀리에 세차례나 방문해 거액의 선거자금을 건네주었다』고 반박했다. 거액은 현찰 2천억원으로 알려졌다. 이 돈중 상당액이 노 후보의 동생 재우씨의 「태림회」와 처고종사촌 박철언씨의 「월계수회」에 흘러가 여권공조직내에서도 문제가 됐었다. 88년말 국회증언과 함께 전 전대통령이 내놓은 잔여정치자금 1백39억원중 전씨측에서 나온 돈은 89억원뿐이다. 나머지 50억원은 청와대에서 보탠 것이다. 전씨의 활동자금은 퇴임시 신탁해둔 23억원의 금융자산과 그 이자다. 전씨는 5공에 대한 평가를 지금 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생각을 갖고 있고,6공평가는 더욱 시기상조라고 여기고 있다. 다만 연희동사저의 문서보관함에는 5공출범 관련서류 등 극히 민감한 자료들이 다수 있다는 것이다.<노재현기자>
◎“14대 출마 안하면 여 전국구 약속”/정호용의원,노 대통령과의 관계 밝혀
○…정호용의원은 『노 대통령과는 당이나 내각같은데서 다시는 상하관계를 맺고싶지 않다. 이점을 김영삼민자당대통령후보에게도 밝혔다. 난 노 대통령의 도움을 받을 입장도 못되고 노 대통령으로 인해 어떤 틀에 구속당하기도 싫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또 13대국회의원직을 사퇴할 경우 「보궐선거때 출마하면 도와주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노 대통령으로부터 받았다는 얘기에 대해 『내 입으로 밝히고 싶지않다』고 했으나 사실임을 확인해 주었다.
이번 14대총선에 출마하기전 6공측은 『출마 안할 경우 민자당 전국구를 주겠다』고 제의해 왔으나 거절했다고 정 의원은 말했다. 또 지난 4월 청와대에서 「경호원조차 배석하지 않은 가운데」 노 대통령과 독대했을 때 『4·3 보궐선거때 왜 나를 그렇게 탄압했느냐』고 따졌다고 밝혔으며 『노 대통령이 총재로 있는한 민자당엔 입당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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