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캘린더] '루벤스-반 다이크 드로잉'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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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랑드르는 19세기 이전에 미술문화로 유명했던 남부 네덜란드 땅을 가리킨다. 플랑드르 회화와 화가들은 17세기 바로크 미술을 일군 발전소였고, 그 중심에 루벤스와 반 다이크가 있었다. 19일부터 내년 2월 8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루벤스-반 다이크 드로잉'전은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보이만스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플랑드르 미술의 대표작가들 드로잉 51점을 한 자리에 모아 평소 보기 힘든 미술사의 한 황금기를 감상할 수 있게 한다.

피터 폴 루벤스(1577~1640)는 바로크 미술에서 북유럽을 대표하던 거장이다. 그는 그림을 잘 그리는 재능에다 사교술도 뛰어나 살아 있을 때 이미 왕족이나 군주와 같은 삶을 누린 국제적인 화가이자 외교사절이었다. "나는 전세계를 나의 나라로 생각한다. 나는 내가 어디서든지 환영받으리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 선보인 '조선 남자'는 루벤스의 이런 국제 감각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서양인이 그린 첫 한국인 그림으로 우리에게 낯익은 '조선 남자'는 풍성한 주름 처리로 사실감을 더하는 옷, 생생한 얼굴 표정, 유연하면서도 정밀한 선묘 등 루벤스의 그림 역량을 잘 보여준다. '젊은 남자의 얼굴'에 드러난 루벤스의 자유롭고 힘찬 인물 묘사 솜씨는 그가 왜 완성된 유화 못지않게 자신의 드로잉을 아꼈는가를 알 수 있게 한다.

50여점의 드로잉은 그 밑그림으로서 오히려 루벤스와 그 제자들 개개인의 개성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셈이다. 일반 6천원, 학생 4천원. 02-580-1300.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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