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안거 찰나적 이미지 카메라에 담았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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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스님들이 여름과 겨울 각각 3개월간 선방에서 수행에만 전념하는 것을 '안거(安居)'라고 한다. 이 기간중 선방에는 외부인의 출입이 철저히 통제된다. 일체 무념의 순간. 시인이자 사진작가인 봉문(45.사진)스님이 카메라를 들이댄 것도 바로 그 찰라적 순간의 이미지다. "고요해지는 순간이 어떤 것인지 이미지로 보여주려고 했습니다."

그가 구산선문에 속한 국내의 절과 절터 8곳의 석탑과 부도를 비롯해 여름철 하안거 장면을 담은 사진 50여점을 모아 전시회를 연다. 16일부터 22일까지 서울 종로구 관훈동 인사아트센터 4층(02-736-1020)에서 열리는 전시회 '안거'다. 배경의 주종을 이루는 백담사 무금선원의 선방풍경은 이번에 처음 세상에 소개되는 것이다. 봉문스님은 "일반인은 잘 모르는 선방의 세계로 여러분 모두를 초대합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선원장 스님에게 말씀드리고 '절대로 참선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선에서 촬영을 허락받았어요. 가장 큰 문제는 셔터소리였지요. 재래식 필름사진기라서 소리가 작지 않거든요. 그래도 고요함을 깨트리지 않으려고 애를 많이 썼습니다."

스님들이 목욕, 삭발하고 차를 마시고 참선하는 장면을 담은 흑백사진에는 욕심과 기교가 느껴지지 않는다. 조용하고 평안한 다큐멘터리라고나 할까.

"사진적 연출을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자유롭게 찍었습니다. 안거때 공양(식사)도 하고 울력(단체 노동)도 하는 일상이 모두 담겨있습니다. 일반 대중들은 스님들이 안거때 무엇을 하는지 궁금해하기도 하지만, 스님들이 일상적으로 하는 게 안거입니다. 있는 그대로 대중과 소통하고 싶어서 무욕하게 찍었습니다."

관객 입장에서는 하안거 때 대중 스님들 사이에서 죽비를 들고 규율을 통제하는 '입승'을 뽑는 과정, 용상방(역할분담 지휘체계를 명시한 대자보)을 붙이고 수행을 준비하는 스님들의 일거수 일투족이 흥미롭다.

봉문 스님은 경일대학교 조경학부 사진영상학과를 졸업했다. 백담사에서 수행하며 중광 스님을 시봉했고, 법명은 오현 큰스님에게 받았다. 만해축전에 초대작가로 전시회를 열었으며, '불교 아울라', '무얼하러 오셨는가', '산에 사는 날에', '옥에도 영혼은 있는가', '백담사에서' 등 개인전을 열었다. 지난 해 '시와 시학'에 추천돼 시인으로도 등단했다. 현재 경기도 파주시 보광사 수구암에서 시를 쓰고 사진을 찍으며 마음공부에 전념하고 있다.

글=조현욱 <poemlove@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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